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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데반과 사울

쿠노Koonoh 2022. 10. 30. 16:02

성 밖으로 내치고 돌로 칠새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이라 하는 청년의 발 앞에 두니라” (사도행전 758)

 

초기 교회 당시의 스데반과 사울은 대조적인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들 생애의 마지막은 순교로서 서로 같았습니다. 스데반은 예루살렘에서, 바울은 로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다가 순교하였습니다. 처음에 상반(相反) 관계였으나 같은 결말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변화되기 전, 과거의 나 자신은 얼마나 불의하고 서글픈 존재였던가, 그런데도 주님은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나를 새롭게 하시는구나, 이러한 깨달음입니다. 사울은 바울이란 이름으로 교회의 대부가 되었으나, 스데반은 바울에 비하여 미미한 기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성경에 선명히 기록된 스데반의 순교는, 그의 이름을 영원히 빛나게 합니다. 그는 초기 교회의 첫 순교자로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죽음 앞에서 조금도 굴()함 없이 그리스도를 증언한 자세는,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합니다. 스데반은, 예수가 구약 때부터 예언된 메시아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소상(昭詳)히 주장하였습니다. 스데반의 말을 들은 유대인들은 마음에 찔림이 있었음에도, 도리어 스데반을 향하여 이를 갈았습니다. 나쁜 사람이더라도, 어떤 게 좋은 말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줄 압니다. 다만, 그들은 옳은 것을 수용하지 않고, 적의(敵意)로써 반발하려 합니다. 태양이 비칠 때, 살아 있는 씨앗은 빛을 받아 자라나지만, 죽은 씨앗은 빛 때문에 시들고 말라져 썩어갑니다.

스데반의 영혼에는,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는 하늘 보좌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보는 하늘 영광을 무리에게 소리쳐 알렸습니다. 그러자 무리는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스데반을 죽이려고 악쓰며 달려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간증(干證)하는 믿음의 고백은 정신 이상자가 외치는 허언(虛言)이 아닙니다. 정신 이상자는 자신이 말하거나 행동한 것을 일관성 있게 진술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믿음의 경험을 일일이 해석하진 못하더라도, 영적 느낌과 더불어 그 과정을 서술(敍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상황의 흐름에 따라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이 주목할 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함께 그리스도의 하늘 보좌입니다.

악에 받쳐 소리 지르는 무리 가운데, 사울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리의 선동자로서 극단적인 박해에도 앞장선 자였습니다. 돌로 침을 당하여 죽어가는 스데반은,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스데반은 믿음의 확신뿐만 아니라, 원수도 감싸는 놀라운 사랑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반면에 사울은 스데반의 처참한 죽음을 마땅히 여겼습니다. 이 상황으로 보건대, 스데반은 사울에게 이미 위대한 스승이었습니다. 지식이 많고 가문이 좋으며 권력을 지녔다 해서, 스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스데반은 예수 그리스도에 정통(精通)한 믿음을 가졌고, 그의 영혼은 하나님 보좌를 바라보는 은혜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더욱이, 스데반은 사랑이 가득한 심령으로 원수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가진, 참으로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313절에서, 바울 사도는 믿음, 소망 사랑을 언급하였고, 그중의 사랑을 최고라고 말했습니다. 예수 안에서 새로워진 바울이기에 우리가 이해하지만, 스데반을 죽게 했던 자신의 지난 잘못을 바울이 생각한다면 가슴이 저렸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과거를 봄으로써 현재를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된 변화는 과거를 현재와 단절시켜 줍니다. 지은 죄가 있었다면 그만큼 두고두고 뼈저리게 참회하도록 만듭니다. 바울은 자신이 죄인 중에 괴수임을 인정했습니다. 죄를 고백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전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스데반은 목숨을 바쳐 그리스도를 증언한, 가장 위대한 사람입니다. 사울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을 죽이고 교회를 박해했던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죽음 순간의 스데반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원수를 위한 스데반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박해자들의 앞잡이였던 사울을 그리스도 부활의 새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교회를 잔멸(殘滅)하던 사울이 교회를 세우는 대부로 전환된 것입니다. , 주여,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20221030,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