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에 ~ 없도다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 (로마서 14장 7절)
일반은총의 세계를 가치 있게 활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정 분야에 몰두하면 다른 것들을 생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남을 비판하는 태도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습성입니다. 믿음과 구원이라는 특별은총을 아는 이들은, 그 울타리 안에 갇혀 밖을 내다보려는 오류를 범합니다. 만유를 지으신 하나님은, 일반과 특별의 모든 것들을 사람에게 주셨습니다. 특정한 울타리 안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객관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대해야 합니다. 주관적인 입장을 확고히 정립하고, 객관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반드시 요구됩니다.
로마서 14장 전체의 주제는 형제를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형제를 비판하지 말라거나, 형제로 거리끼게 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 안의 형제 관계에 의미를 집중시켜, 이론을 펼쳤습니다. 일반은총의 면에서 확대하여 말하자면, 관계하는 모든 이웃이 형제들입니다. 그들의 구원 여부를 남이 판단할 수 없으나, 그리스도의 구원에 해당하는 이들도 섞여 있을 것입니다. 나의 기준에서 남을 생각하면 그릇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태도를 지닌다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할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누군가를 보며 그의 믿음이 연약하다고 여겨지더라도, 듣고 기다리면 이해와 해결의 때가 다가올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도 그도 지으셨을 뿐만 아니라, 이미 모두를 알고 계십니다.
바울 사도가 비판 문제로 다룬 소재는, 음식, 하인 관리, 날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음식 문제는,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것 같은 문제입니다. 하인 관리는, 남의 집 일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식의 간섭에 관한 것입니다. 날의 문제는, 어떤 행사나 절기를 지켜야 하느냐 마느냐 또는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것으로, 교회 절기나 제사 등이 해당합니다.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거니와 육식을 즐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먹도록 하나님이 주신 음식이므로, 감사함으로 먹으면 될 일입니다. 나는 먹지 않는 것이라도, 남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남의 일에 대하여 간섭하는 태도는 금물입니다. 남의 재능과 특기, 방법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므로,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교회의 모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주일 예배는 특별 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기본 생활입니다. 음식을 먹음으로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육신의 쉼뿐만 아니라 영혼의 안식을 통한 활력 충전이 사람에게 필요합니다. 생명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 안의 교제로 생명력을 확보하는 시간이 주일 예배입니다. 그것을 잘 이행하면, 그 자체로 주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습니다. 여타의 행사는, 성경 말씀 가운데서 개교회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할 일입니다. 나와 타인이, 또는 A 교회와 B 교회가 서로 방식을 달리해도 탓할 일이 아닙니다. “각각 자기 마음으로 확정할지니라”라는 본문 말씀(롬14:5)이 그 뜻을 말해줍니다.
바울 사도가 전한 바, 결국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주를 위하여” 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하되, 그저 아무렇게나 기분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날을 중히 여겨도 주를 위하여, 먹어도 주를 위하여, 무엇을 하든지 주를 위하여, 이것이 목적입니다.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자신이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만유는 모두 주 하나님의 것입니다. 이 세상에 주님의 소유가 아닌 게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채 살아왔었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다 보니, 자신만이 삶의 주인인 줄로 알아 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하나님을 찾아 의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깨닫도록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분이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본문 내용의 주체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원을 입은 믿음의 형제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자기를 위해 살 수도 없거니와 자기를 위해 죽지도 못합니다. 자신이 그리스도에 의하여 새로워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가 죽었다가 살아나심은, 죽은 자와 산 자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남을 비판하기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2023년 1월 15일,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