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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인을 저버리지 말지니라

쿠노Koonoh 2023. 6. 11. 14:04

너는 삼가 네 땅에 거주하는 동안에 레위인을 저버리지 말지니라” (신명기 1219)

 

현대 교인은 속화(俗化)가 되어도 많이 속화된 상태입니다. 성경 말씀을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는 것이 속화의 판단 기준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이 행한 희생 제사의 문제는, 해석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주관적으로 설명하면 신앙이 잘못될 위험에 빠집니다. 레위인은 남달리 구별된 지파로서, 여호와의 성전에서 활동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들은 토지를 분배받지 못했고, 거주할 성()을 받았을 따름입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지파 사람들이 레위인과 더불어 먹고 즐거워하도록, 하나님이 지시하셨습니다. 레위인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기독교 역사에는 로마 교회와 개신교회의 분리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에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교회가 신앙의 차이를 별로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당시에는 성경 해석에서 신앙과 이성(理性)의 대립이 분명했습니다. 로마 교회는 그동안 이성을 신앙보다 우위에 두고 성경을 대해왔으며, 개혁 신앙의 사람들은 이성보다 신앙을 중시하였습니다. 개신교회에 속한 사람일지라도, 신앙보다 이성을 중시한다면, 그는 가톨릭의 신앙 태도처럼 속화한 것입니다. 구약의 권위가 신약시대에 전적으로 폐기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속화한 신앙 태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구약의 주제(主題)가 완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구약의 내용이 무의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구약에서 나타내는 창조와 구원은 영원한 복음의 근본적 메시지입니다. 다만, 구약은 예언을 말했고, 신약은 성취와 완성을 말했을 따름입니다. 예언과 성취의 문제는 창조나 구원에 있어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구약의 창조는 애초의 무에서 만들어진 창조입니다. 그러나 신약의 창조는 불완전해졌던 것을 다시금 완전하게 만드는 부활의 창조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구약에는 물질의 창조이고 신약에는 영적 창조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도 없지 않겠으나, 그보다는 없었던 데서의 창조와 새로움의 창조로 해석함이 더 정확합니다. 영혼도 육체도 부활로서 완전함을 보이는 것입니다. 구약 내용의 요소가 사라져버린 게 아니므로, 신약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함이 필요해졌습니다.

 

구약의 레위인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성전에서 드렸던 희생 제사의 역할이 신약의 레위인에게 전수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가 성전이 되었고, 복음 사역을 맡은 교회 일꾼들이 레위인의 일을 맡았습니다. 과거 성전의 희생 제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한 희생으로 완전하게 변경되었습니다. 구약의 반복적 제사 행위가 더는 필요하지 않지만,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믿음의 영적 예배는 언제나 필요합니다. 짐승의 피를 먹지 말고 땅에 쏟으라는 말씀의 의미도 변함이 없습니다. 피는 육체의 생명을 뜻하는바, 육체의 생명이 창조주의 권한에 속해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피로 만들어진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간덩이 먹기에 급급해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육신의 삶을 위주로 하여 일하지 않습니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복음 사역에 투신해야 하기에 육신의 양식을 얻으려 일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복음의 일꾼 가운데도 일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은데, 그들은 단지 생계를 위함이 아니라 복음 사역을 위한 방편으로 자비량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바울 사도가 그러했습니다. 레위 지파를 제외한 다른 지파의 사람들은 분배받은 땅을 이용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추수하여 즐겁게 잔치하였습니다. 그런데 레위인들은 그런 즐거움이나 만족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애초에 그렇게 시키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위인들과 함께 먹고 즐기라고, 하나님께서 백성에게 명하셨던 것입니다.

 

레위인을 저버리지 말지니라이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내리시는 엄한 명령입니다. “말씀 안에서 가르침을 받는 자는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라는(6:6) 말씀이, 그와 같은 뜻의 명령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복음을 위한 짐을 함께 져야 합니다. 목회자이거나 평신도이거나 똑같은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하는 일에 마땅히 도움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2023611,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