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연동(제주시) 검은오롬과 신례리(서귀포) 검은오롬

쿠노Koonoh 2025. 4. 22. 08:39
삼다일보 승인 2025.04.17 17:57
연동검은오롬에서 보는 제주시내.
 

봄으로 가는 들녘은 아직도 지난 가을을 붙잡은 늙은 억새풀이 꼿꼿하다. 반면, 철조망 너머 골프장의 누렇고 미끄러운 잔디는 대조적이다. 오라골프장은 제주도에서 처음 생긴 골프장으로 제주골프장들의 할아버지인 셈이다.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연동 검은오롬도 이름도 모르며 올랐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알고 보니 연동 검은오롬이었다.

연동 검은오롬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도로 변에 옹색하게 주차해야 한다. 넓지는 않으나 시멘트 포장 길에 오롬 표지판이 있어 여기가 연동 흑악이 맞다고 생각들 뿐, 다른 표식은 없다. 좌측은 오라골프장, 우측은 오롬인데 작은 시내(川) 건너 오롬으로 갈 수 있는 짧고 작은 다리가 있어 다행이다. 입구에는 연동 흑악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연동 흑악(黑岳, 검은오롬)은 연동 산110번지 소재, 해발 438.3m, 비고 129m로 꽤 높은 오름이다. 비고로 볼 때는 제주시 59개 오롬 중 11번째 높이다. 그러나 급격한 경사가 없어 알려진 높이가 맞는가 싶을 만큼 순조로운 오롬이다. 하지만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울창하여 어디서 보아도 침엽수가 대부분이라서 변함없는 사철 녹색의 오롬이다.

검은오롬들은 산속 깊이 있어 어둑하고 으시시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 여러 개 검은오롬들을 살펴보면 ▲구좌면(송당)-정의현(종달)의 경계를 짓는 동거문이오롬 ▲구좌면(덕천)과 신좌면(조천 선흘) 경계의 유네스코가 지정한 거문오롬 ▲구우면(한림 금악)-정의현(한경 저지)을 경계 짓는 금악 ▲제주좌면(조천 교래)-정의현 토산진(표선) 경계인 가무니오롬 ▲동·서아막을 경계 짓는 제주목 북쪽 연동 검은오롬과 남쪽 신례리(남원)의 검은오롬이 있다.

신례리 흑악(검은오롬)은 정의현-대정현의 경계이다. 서귀포시 대륜동을 경계 짓던 골(ㄱ+아래아+ㄹ)막은 수(首)모루 언덕인데 정의-대정현의 길머리이고, 북동쪽 수산(首山)은 수산(水山)이라 잘못 쓰이며 큰물뫼, 작은물뫼라는 역사에 없는 소리를 한다. 필자는 이를 큰머리·족은머리오롬이라 한다. 조선조의 행정구역은 남북으로 나누나, 고려조는 동·서아막으로 나누었다.

신례리 흑악은 한라산 국림공원에 속하여 출입이 통제된 우거진 숲으로 일반인 출입이 불가하다. 연동 흑악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은 제주시에는 국립휴양원인 절물공원·한라생태숲 등 이 있어 연동검은오롬은 눈여겨 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필자는 탐방 중에 여러 오롬의 산불지기들을 만난 중에는 도래인이 팔구십 프로이고 본토인은 불과 일이십 프로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어봐도 그 오롬의 스토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연동 검은오롬의 산지기 삼촌은 본토인이고 필자와 비숫한 연배였다. 마침 산듯하게 야자 매트가 깔려서 물었더니 한두 달 전에 새로 깔았으나 탐방객은 거의 없다고 하였다.

제주오롬들은 가시(찔레·구지뽕·범주리·산딸기·가시딸기·멍석딸기·겨울딸기)가 할퀴나 이상하리만치 연동검은오롬은 깨끗한 편이다. 억새·황새풀도 잘 보이지 않고 소나무·삼나무 등이 주류이다. 다만 입구에 몇 그루 도토리(졸참)나무들이 보일 뿐 제주산 나무들도 거의 없다. 길 건너에는 오라골프장, 그 너머 5·16횡단도로, 그 너머 천연기념물 제주마방목지로 4·3사건 전만 해도 넓은 목초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골프장과 국립공원 등으로 묶여 있다.

연동 검은오롬은 꽤 높지만, 등성이로 나가는 길은 완만하여 탐방이 쉬운 곳이다. 그러나 밋밋하고 멋없는 오롬이라고 생각할 즈음, 언덕 끝에 이르자 그 경관에 탄복한다. 우편의 흰 눈을 뒤집어쓴 한라산의 산산맥맥이 이렇게 멋질 수 있을까! 마치 카트만드에서 히말리아 산맥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멍하니 한참을 넔 잃고 바라본다.

신례리 이승이(이스기)오롬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한라산 푸른 물에 흙악은 둥글둥글한 오롬 군락들은 어미 따르는 아이들처럼 올망졸망 여성적이다. 그러나 연동검은오롬에서 바라보는 남쪽 한라산의 각진 모습은 한라를 향하여 진격하는 군인들 같은 제주 제일의 절경이다. 이것이 밋밋하고 멋없는 오롬을 올라온 탐구자만이 갖는 보람일 것이다.

거문(검은·가무니)오롬·흑악·금악에 대한 공통적 학설은 이 오롬들이 고구려어 금·검·곰에서 나욌다는 게 공통점이다. 금·검·곰은 제주어 곰(ㄱ+아래아+ㅁ)(골(ㄱ+아래아+ㄹ))에서 나온 금(경계)이란 말이라는 것을 필자가 처음 밝히는 바이다. 금검곰이 고구려어는 맞지만, 제주오롬에 적용은 전혀 잘못된 견해다. 이것이 고구려·만주·몽골 북방에서 20년 살며 오갔던 필사가 명확히 밝히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