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정의현 멀미오롬과 이중분화한 종달알

쿠노Koonoh 2025. 5. 1. 16:41
삼다일보 승인 2025.04.24 17:17
종달리에서 본 멀미오롬 동쪽.
 

멀미오롬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산1-5번지에 있으며 해발 126.5m, 비고 101m이며 그곳에서 재폭발한 종달알(새끼오롬)은 해발 145.8m, 비고 51m로 구좌읍 종달리 산13-1번지에 있다. 현재 두 오롬은 제주시와 서귀포 경계로 행정상 두 곳의 경계점이다. 제주목사 장림 때인 1510년 별방진을 세웠으니 1841부터 1843년까지 제주목사로 재임했던 이원조 목사가 ‘탐라지초본’을 기록한 것은 별방진이 생긴 지 332년 후의 일이다.

이미 별방진이 생기고 332년이 지난 후이나 이원조 목사는 ‘탐라지초본’에서 멀미오롬을 정의현 소재 두산(斗山峰으)로 표기한다. 두산봉(斗山峰)은 말두(斗), 뫼산(山)이다. 멀(ㅁ+아래아+ㄹ)은 타고 다니는 말(馬) 아니고 멀(ㅁ+아래아+ㄹ)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필자가 경북 청도 산골에서 4년을 살았는데 그곳에 ‘길멀’이란 동네가 있었다. 이곳은 대구로 나가는 길머리로 그 옛날 4시간 넘어 산을 오르고 내리던 곳인데 지금은 산이 뚫리고 지금은 대구까지 1시간 길이 되었다.

멀(ㅁ+아래아+ㄹ)미의 멀(ㅁ+아래아+ㄹ)은 머리이며, 미는 한자어로는 아닐 미(未)로 보인다. 제주목 김녕현에서 별방진이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며 별방진이 된 미오롬은 왜 머리가 아닌가 하면 당시 정의현이던 지미오롬을 정의현 끝으로 보고 미오롬은 아직 정의현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제주 사람들은 한 글자는 제주어(한국어)로, 한 글자는 한자어로 쓰는 유식한(?) 관례가 있었다.

예로서 지미오롬은 정의현성에서 ‘子時(쥐시, 11시~1시 방향) 끝’에 있다. ‘지’는 제주어 쥐 발음이고 미尾는 꼬리(끝)로 정의현의 끝이다. 그러나 멀미오롬은 길머리가 아니고(아닐 未)라는 말이다. 쥐+미(尾)가 지미봉이듯, 멀(ㅁ+아래아+ㄹ)(머리)+미(未)가 멀(ㅁ+아래아+ㄹ)미오롬이다. 아울러 우도면의 우도牛島의 경우도 정의현성에서 볼 때 축시(丑時, 소시=오전 1~3시 방향)에 있어서다. 우도면이 분립되기 전 우도는 소섬이라 하였고 행정명은 구좌면 연평리였다.

두산봉(斗山峰)의 두는 말의 음차일 뿐 말斗가 아니다. 그래서 ‘쌀 따위를 수북하게 쌓아올린 것’이라는 해석은 제주어를 몰라서 하는 말들이다. 필자가 청년 때만 하여도 ‘멀(ㅁ+아래아+ㄹ)미오롬’이라고 불렀고, 소섬이라고 불렀지 두산봉이나 우도라 부르지 않았다. 멀미오롬은 이중 기생화산으로 제주의 네가지 오롬인 원추·원형·말굽·복합형 중, 복합형이다. 그 특징은 해안에서 1차 분화(폭발)하고 다시 분화한 오롬에서 2차로 분화가 이루어진다.

시흥리에서 본 멀미오롬 서쪽.

멀미오롬은 1차 분화구에서 분화한 곳이 ‘종달알(새끼오롬)’이다. 멀미오롬은 청산오롬(일출봉)처럼 해안에서 분출한 수중화산이 아니다. 동남쪽 바닷가에서 1차 분출하여 바다까지 흙이 밀려가고 분화구에서는 2차로 분화된 새끼오롬을 서쪽에서 바라보면 차양이 ‘넓은 멕시칸 목동이 탁상 위에 벗어 둔 모자’를 닮았다. 시흥리 끝에서 멀미오롬 정상의 산불감시초소까지는 정상에서 서쪽을 향하여 더 나아가면 종달 알(새끼오롬)에 이른다.

거기서 종달리 쪽으로 내려올 때는 다소 급한 비탈을 내려 하산하게 된다. 멀미오롬은 우도 쇠머리오롬이나 절워리(송악산)처럼 이중 화산으로 그 구조가 비슷하다. 바다에서 일차적으로 화산이 분출하며 겹겹이 날개처럼 주름진 화산석이 지층을 이룬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이차적으로 분화한 오롬이 있다. 제주오롬을 분류할 때 이런 경우도 복합오롬이라고 분류하나 구체적으로 다시 분류한다면 이중분화오롬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절워리(송악산)이 바다 향해 머리를 든 것처럼 멀미오롬도 동북쪽 머리에서 서북쪽까지 말갈기 같은 층층 주름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바위에는 송악·모람·칡 넝쿨 같은 것들이 절벽을 감싸고 부처손이도 자생한다. 옛날 할머니들이 부인병에 있으면 연기를 쏘게 하거나 피부병에는 부처손이를 태운가루를 기름에 이겨서 발라주던 게 생각난다.

오롬에는 예덕나무·천선과와 후박나무는 붉은 잎을 피우고 참식나무는 포인터 귀처럼 금색 잎을 떨구고 구럼비나무는 은색 잎을 피운다. 범주리 카시가 보인다. 범상어 이빨같이 걸리면 뺄 수 없는 악마의 이빨인데, 노란 꽃은 열대 아카시아 꽃처럼 곱다. 마치 악마의 미소처럼….

오롬 아래 색색 고운 지붕들과 청산오롬 앞바다와 바오롬, 지미오롬과 두문포 앞바다에서 우도까지 훤하다. 남쪽은 족은머리·큰머리오롬·왕메·족은왕메·동거문리도 보인다. 북쪽으로는 알(새끼)오롬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인 지 뻐꾸기가 운다. 중학교 1학년 때 봄 소풍 왔던 때가 그립다. 질 푸른 보리밭이 일렁이는 바람결에 물결치는데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