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하시니” (요한복음 6:29)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별개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둘의 개념을 각기 설명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 속에서 그 둘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둘은 하나의 의미로 귀결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일이란 교회의 일 또는 신앙적인 일을 뜻합니다. 또는 성직의 역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로써 신앙인은 교회 일에 몰두하거나 성직을 수행해야 옳다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의 일에만 종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 1960~70년대의 한국교회에는 하나님의 일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매우 두드러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인식과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유형 교회의 양적 팽창을 이루었고, 부흥사들의 강론에 따라서 주도되었습니다. 우리가 청소년이었을 그때 교회에서 신앙생활의 착실한 모습을 좀 보이면 “너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든가 “너는 주의 종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은 아이는 그것을 당연한 말로 여기기 일쑤였습니다. 그들의 말인즉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양적 팽창과 함께 목회자 수급을 위한 신학교가 많이 세워졌고 직업적인 선호도에서 목사의 인기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릇된 개념은 부정적 현상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교회가 심히 어지러워진 원인은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께서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표적을 행하신 후에 갈릴리 바다 건너편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무리가 찾아 따라가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습니다. 반가운 인사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무리에게 듣기에 무안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무리가 지닌 저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그 말씀은 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향한 중요한 지적일 것입니다. 떡을 먹고 배부르기 위하여 교회를 찾고 밥벌이와 세속적 권세를 얻기 위해서 목회자가 되려 하지는 않았을까? 조용히 자신을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사람에게 먹을 것이 필요치 않다거나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양식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으리라.”(창3:1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울 사도는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3:10)고 데살로니가 교회인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썩는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는 것입니다. 신앙과 목회는 육신의 먹을 것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영생의 양식을 얻으려는 일이 신앙생활과 복음의 사역입니다. 돈 투자해서 예배당 차려 놓으면 돈벌이가 된다는 말을 언젠가 들어보았습니다. 아, 슬프고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그렇게 생겨난 교회와 목회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좋은 음식으로 자기들의 배는 불렸고, 돈이야 벌었겠지만, 과연 주 하나님께 참된 제물이 되었을 것인가? 의문입니다. 영생의 양식은 예수님이 주는 것이라고, 본문에 적혀 있습니다. 인자로 태어나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인치신 자이므로 사람들에게 영생의 양식을 주십니다. 사람을 영원히 살리는 양식은 로고스 즉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오신 생명의 말씀이요 사람을 위한 참된 양식입니다. 그를 믿는 것이 삶의 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나님을 위하여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무엇이 됨으로써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무엇이 되느냐는 문제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재능으로 정해집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를 올바로 믿는 데 주력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일을 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의 일을 성취하는 사람도 됩니다.
(2020년 11월 8일,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