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달알오롬은 구좌읍 종달리 산13-1번지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45.8m, 비고 51m의 종달알오롬은 제주시에 속하고 멀미오롬은 서귀포시의 경계로 성산읍 시흥리에 소재하고 있다. 그러나 시흥리 멀미오롬과 종달리 알오롬은 행정상 두 개로 나뉘어져 있을 뿐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는 있으나 사실상 하나의 오롬이다.
종달리 알오롬은 제주시에서는 번영로>대천동 4거리>비자림로>중산간동로>송당~용눈이로~종달알오롬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일주동로>종달리>용눈이길>올레1코스를 이용해 그 길을 따라 갈 수도 있으나 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멀미오롬(올레사무소)으로 올라서 서쪽으로 쭉 나가는 편이 더 수월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흥-멀미오롬과 종달-알오롬은 19세기 이전에는 모두 정의현 수산진에 속하였다. 그러나 1510년, 왜구들이 부산포 등에서 삼포왜란을 일으켜 외란에 휩싸인다. 이런 격변기에 제84대 제주 목사이던 ‘이 전’은 ‘문관 출신으로 제주 방어에 걸맞지 않다’고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장림이 제85대 제주목사로 부임하게 된다.
1510년, 제주목사 장림은 부임 후에 한림읍 명월성(당시 제주군지역사령부)을 나무로 구축하고 우도에 왜구들이 출몰이 잦아지자 김녕방어소를 하도리로 옮겨 별방진성을 구축하는 등 대 공사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부정부패와 가렴추구로 부임 당 해에 파직당하게 된다. 별방진이 위치한 하도리 지역은 15세기 초에 이미 상당 규모의 마을이 형성됐는데 여기에 별방진을 세우고 김녕방어소를 이전하게 된 것이다.
‘별방진’이란 말은 ‘별도(별)의 방어소로 김녕방어소(방)를 대신하려 진지(진)를 세운다’는 말이다. 장림목사가 별방진을 새로 세울 때 행정개편이 이뤄지는데 정의현 수산진에 속하던 종달리와 연평리(우도)를 구좌면으로 이관한다. 그 후 멀미오롬과 함께 정의현에 속하던 종달리는 구좌면이 되고 멀미오롬은 지금까지 정의현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종달알오롬은 멀미오롬이 ▲2중화산으로 분화한 것이다. 먼저는 바닷가에서 멀미오롬이 분화하고, 두 번째는 멀미오롬에서 ‘종달알오롬’이 분화한 것이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2중 분화한 오롬으로는 우도의 쇠머리오롬과 대정읍 절워리(송악산)이 있다. 그리고 2중 화산은 아니나 동네에는 368개 오롬으로 분류되지 않은 작은 새끼 오롬들이 많은데 이전에 구좌읍 사무소가 있던 곳(과거 일제 신사 터)도 바닷가의 작은 화산들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종달알오롬은 멀미오롬에서 다시 2중분화해 북동쪽(종달리 바닷가)에서 보면 마치 차양이 ‘넓은 멕시칸 목동이 벗어놓은 모자’를 닮았다. 그러나 서쪽(상도리)쪽에서는 알오롬이 보이나 동쪽(오조리쪽)이나 남쪽 웃드르 수산리(종달리-용눈이오롬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북쪽에서 보면 멀미오롬의 날개 같은 벽체에는 ▲송악줄·모람넝쿨·부처손 같은 것들이 절벽을 두루거나 절벽에 붙어서 피어나서 오롬을 감싸듯하다. 그러나 알오롬 쪽에서는 이런 넝쿨은 잘 보이지 않고 칠넝쿨과 보리수넝쿨(나무)들이 덮여 있다. 알오롬 아래로는 낙엽수들로 해안 오롬에 많이 자생하는 천선과(무화과 일종)나무와 예덕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참식나무·후박나무·구럼비나무와 같은 제주산 상록수들이 계절에 무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사철 푸르다. 그런가 하면 자주빛 쌍동(제주어)이나 망개(청미래)같은 산열매들이 있어서 따먹으러 다니고 남쪽 들녘에 봄이면 황세삥이를 뽑아 먹던 기억이 새롭다. 또한, 5월에 멀미오롬은 희고 노란 은동초와 달리 종달알오롬에는 보랏빛 은동초가 꽃 핀다.
▲사진작가이신 유재완 선생은 “청산오롬(일출봉)의 해돋이를 가장 아름답게(멋지게) 찍을 수 있는 명소가 종달알오롬이다”고 한다. 종달알오롬은 북동쪽으로는 성산리의 청산오롬(일출봉)·오조리의 바우오롬·종달리 해변의 지미오롬이 보이는데 남서쪽으로는 ᄃᆞ랑쉬·아끈ᄃᆞ랑쉬·높은오롬 등이 보이고 남동쪽으로는 왕메(대왕산)·수산오롬·용눈이·손지오롬·동거미 등이 보인다.
알오롬 남쪽으로는 부드러운 들판이 마치 비바리 허리처럼 굴곡져 이쁘다. 5·16혁명 이전에는 이 오롬에 식재된 나무들이 없었다. 다만 제주산 잡목들만이 바위틈과 북동쪽 오롬 아래 뛰엄뛰엄 있을 뿐이다. 필자가 중학교 때만 해도 알오롬에는 잔디가 좋아서 학교에서 소풍을 다니던 곳이었고 종달리에 사는 친구들은 소 몰고 다니던 들판이다.
지금도 종달알오롬은 올레1코스가 개설돼 외롭지 않지만, 이제는 오롬의 조림지와 농지의 구별이 확실해졌다. 그 옛날 우마가 뛰놀던 들판이 이제는 농지로 바뀐 곳이 많고 오롬 쪽으로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져 남쪽으로 한라산까지의 전망도 가려져 그 옛날의 정겨운 종달알오롬의 모습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알오롬의 오월은 오감을 자극하는 제주 정감의 극치다. 하얀 찔레꽃은 환하게 눈을 자극하고 꽤꽝낭(쥐똥나무)은 짙은 향기를 날리는데 뻐꾸기는 가는 봄을 아쉬워 운다. 혓바닥을 자주빛으로 물들이던 쌍동 열매의 달콤함과 비단결 같은 황세삥이를 뽑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와 닿던 때가 있었다. 봄가을의 메밀꽃, 황금빛 여름의 보리밭도 제주스럽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