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한라산 서북편 비슷한 두 동산, 만수와 민대가리

쿠노Koonoh 2022. 7. 12. 20:12

 문희주의 제주오롬 스토리 뉴제주일보 승인 2022.07.07 19:00

 
만수동산과 민대가리

선작지왓 탐방로상 나무 없고 잔디로 뒤덮인 기생화산들
만수동산과 민대가리동산은 한라산 서쪽, 최근거리에 있는 화기생화산이다.
 

제주도에는 망동산이라고 부르는 오롬(언덕)들이 참 많다. 그중에 제일 높은 곳이 한라산 선작지왓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상에는 애월읍 광령리 산 183-1에 위치해 있다. 광령리 183번지에는 살핀오롬, 그 외 10개 오롬은 모두 광령리 183-1번지이다. 이 오롬들은 쉼터동산·사제비동산·망동산·쳇망·이스렁·어스렁·민대가리·웃세오롬 중 붉은오롬·누운오롬·족은오롬이다.

이처럼 한라산 서쪽 선작지왓 일대에 있는 광령리 소재의 오롬은 15개로 산 182·183·183-1에 속해 있으며 선작지왓에 있거나 선작지왓에 접해 있다. 이 중에 ᄎᆞ낭(천아)오롬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모두 입산이 통제되어 있다. 그러나 탐방해 직접 오를 수 없을 뿐이고 모두 한라산 탐방로 상 선작지왓에 접해 있는 곳들이다,

선작지왓에 속한 광령리 183-1번지의 오롬들 중에는 망동산이라 부르는 곳이 두 곳으로 명칭상 혼동이 있는 것 같다. 망동산은 다른 이름으로 만세동산·만수동산이라고도 불리는데 해발 1606m, 비고 81m로 나타난 것을 보면 선작지왓 1525m위에 솟아 있는 오롬이다. 그러나 탐방로상 표지판에 망동산으로 돼 있는 아래쪽 바우동산은 불과 200여m정도이다.
  
한라산 탐방로 상 망동산으로 표기된 곳은 ᄆᆞᆯ테우리(말목자)가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보인다. 큰바우로 이루어진 망동산은 유일하게 열린 곳으로 탐방로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목책을 띠라서 선작지왓 망동산으로 나가는 곳은 한라산을 향하는 동향에서 왼쪽이니 북향인 셈이다. 망동산으로 나가는 목책 좌우에는 모두 제주조릿대(山竹)들이 가뭄으로 누렇다.

산죽밭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보니 그 높이가 성인 무릎 위 정도다. ▲한라산 일대를 점령한 유일한 승자는 조릿대인 것 같다. 조릿대가 한라산 일대, 특히 선작지왓 등지의 평원을 점령하도록 만든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중에는 ①제주도민들이 ᄆᆞ쉬(牛馬)를 키우던 때는 조릿대가 말들의 좋은 먹잇감이라 문제 될 게 없었다. ②선작지왓 일대에 말들이 쫓겨 난 곳에 목책과 밧줄이 가로막히고 탐방객·관광객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만든 데 있다.

또한, 공원 측은 ③기후변화에 따른 북방종 구상나무·노가리나무·눈향나무들과 자생식물인 시로미 등이 점차 죽어가고 더워지는 날씨와 가뭄에 마를지라도 죽지 않는 조릿대가 산을 점령해 버렸다. 이는 무엇보다도 한라산국립공원 당국이 제주의 자연환경과 목축을 해 오던 제주전통을 외면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어리석음과 나태한 행정에 문제가 크다.

만수동산과민대가리는 바로 이웃이며 두 동산의 모습도 아주 비슷하다.

▲우마가 방목되는 곳은 산죽이 없다. 용눈이·영모루(영주산)·막자(원물오롬)·가란오롬 등, 우마 방목지에는 산죽이 없다. 또한, 탐방객 발길이 닿는 곳은 산죽이 없다. 물론 자연훼손의 우려되지만, 산행하는 사람들은 추억과 발자국은 남겨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 국립공원이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면 ‘명예지킴이’들로 지키게 해도 될 것이다. 공원 당국은 이제야 뒤늦게 말 방목을 구상 중이라니 언제 시행될지 모르기에 산죽 또한 언제 제거될지 모를 일이다.  

필자가 망동산이라 부르는 게 옳다고 말하는 곳은 선작지왓의 중심지에 가까운 곳이고 선작지왓에서 말을 키우던 테우리들에게도 편편한 바위가 평원중에 있으니 동서남북이 확 트여서 목마牧馬를 보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망동산이라 부를만하다.

이에 비해 ▲만수(만세)동산을 망동산으로 부르는 게 합당치 않은 까닭은 ①이곳에 망동산이라고 부를 이유가 있다면 선작지왓 평원에 방목하는 말을 보는 목적 외로는 망동산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며, ②망동산으로 잘못 알려진 만수(만세)동산은 북동쪽 끝인 한라산 왕관릉이 눈앞에 보이는 한쪽 끝이라서 망동산으로 불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로 이루어져서 말들이 다닐 이유가 전혀 없고 테우리들도 다닐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만수동산은 망동산이 아니였을 것이다. 

만수·만세동산은 1606.2m, 비고는 81m로 이름의 유래는 전해지지는 않는다. 짐작하기로는 만수동산이라 불린 것은 ‘한라산의 물이 이곳으로 흘러서 만수(滿水)가 될 때까지 여기 있을 것이다’ 즉 ‘영원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세동산이라 불린 것은 ‘제주도의 모든 오롬들 위에 있으니 ‘만세(萬世)’라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또한, ‘만세는 아주 오랜 세대. 영원한 세월’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만수나 만세나 그 의미로는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민대가리동산(오롬)은 해발 1600.5m, 비고 76m로 만세동산 바로 아래편에 있다. 두 오롬은 마치 형제오롬처럼 붙어 있다. 그리고 모양으로도 두 오롬은 구별하기 쉽지 않은 것은 두 오롬의 생긴 모습도 닮은 데다 그곳을 덮고 있는 잔디가 가뭄이 들어서 민대가리를 이룬 것처럼 빡빡하니 민대가리라는 이름에 딱 들어맞는다.

민대가리동산은 제주도에 알려진 여러 개 민오롬들처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대가리동산이 이들 ‘민오롬’처럼 부르지 않은 것은 다른 다섯 개의 민오롬들처럼 규모가 크거나 독립된 오롬이 아니라 작고 단촐해서 그냥 ‘민대가리동산’이라고 불린 것으로 보인다.

다른 민오롬들은 이상할 만큼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러나 민대가리동산은 1600m 고지에 자리 잡으니 나무들이 자랄 만한 환경이 못 된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민대가리다. 그러나 동산의 철쭉꽃들이 산죽에게 뺏기지 않고 발갛게 피어나니 반갑고도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