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복이는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83~34번지에 있다. 그러나 제주도 오롬 입구를 번지로 찾아가기는 몹시 어려운 일이다. 내비게이션이 엉뚱하게 산중(山中)으로 인도해 나중에는 후진도 못 하니 아예 오롬을 번지로 찾아갈 생각일랑 하지 말아야 한다. 제주도 오롬의 번지는 여의도 면적만 한 곳들이니 정확한 입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서영아리·마복이·하늬복이를 몇 번 올랐던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으리라 생각했으나 쉽지 않았다. 굴다리 밑을 지나니 핀스골프클럽과 클럽하우스(포도호텔)가 가로막는다. 다시 되돌아 나가는데 큰 나무 아래 ‘마복이’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찾았다. 마복이는 삼나무숲을 지나고 돌담(잣성)을 넘으면 줄지어 늘어선 삼나무·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이다.
마복이-하뉘복이는 서영아리를 가는 중에 거쳐 가는 곳이다. 그러기에 마복이 한 곳을 탐방하기 위해 찾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마복이에서 서영아리에 이를 때까지는 아주 완만해 평지를 걷는 것 같다. 마보기는 해발 559.7m, 비고 45m인 나지막한 언덕이다. 또한 굼부리 없는 원추형으로 화산활동이 일어났었기에 오롬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이 오롬을 오르내리는 동안 탐방객들을 만난 적이 없으나 요즘은 골프장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주로 삼나무·편백나무가 많지만 상록수인 구럼비·참식·굴거리나무들이 많은데 예덕·가막살·윤노리나무 같은 낙엽수도 꽤 보인다. 중간층에는 관목인 산상·꾀꽝(가마귀쥐똥)이 잎을 내고 풀밭에는 제비꽃·봄맞이꽃들도 드물게 보인다.
마복이의 해석은 제각각인데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서는 ‘마파람을 많이 받는다고 하여 마보기’라 하며, 김종철의 저서 ‘오름 나그네’는 주위 묘비에서 남복악(南福岳)이라 하여 궁금증을 풀었다고 한다. ‘마는 남쪽을 가리키는 말이고, 마파람이 많이 불어오는 오롬’이라고 하고, 김승태는 ‘마(남쪽)+보기, 복(福)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원어를 접하지 못한 결과이다. 필자가 찾은 몽골어에서 ‘복(БУГ)’은 명사로 (바람에 날려 모인)티끌, 검불, 잡초 또는 망아지나 새끼 양의 집(움막)을 말한다. 마보기·하뉘보기는 모두 원추형 오롬으로 새끼 말(망아지)이나 새끼 양이 서풍(하늬바람/모슬포 쪽), 남풍(마파람/안덕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오롬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제주에서는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마파람이라 하는데 마파람은 남에서 북으로 불기에 남풍(南風)이고, 봄에 부는 바람이라서 춘풍(春風)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마파람(春風)이라도 매섭고 차겁다. 음력 이월, 제주에서는 영등할망이 수난당한 이 바람을 쐬면 오슬오슬 추운 증세를 보여 오열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쪽을 ‘앞’이라 하고 앞으로 부는 바람이라 앞바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따뜻해지기에 ‘개풍’이라고도 한다.

군산 앞바다에 있는 ‘고군산열도’에는 ‘마파지’라고 하는 지명이 있는데 이곳은 ‘마파람을 받는 자리’라고 해서 ‘마파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파람에 게 눈(바다 게)”라는 말도 있는데 ‘음식을 어느결에 먹었는지 모를 만큼 빨리 먹어 버리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마파람은 수시로 변하니 믿을 게 못 되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 마보기오롬·하늬보기오롬이라는 명칭은 마·하늬바람(風)+복(БУГ)으로 이는 제주어+몽골어로 합성된 말이다.
하늬복이(상천리 산24·42m)는 서영아리(상천리 산1·93m) 서쪽에 있어 하늬바람(西風)을 막아주고, 마복이(상천리 산84/45m)는 서영아리 남쪽의 마파람(南風)을 막아주고 어우름(상천리 산24·38m)은 샛마람(東風)을 막아주는 고원 평지에 어울린 움막 같아서 ‘오롬’이라 덧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고원평지(高原平地)는 동서남북의 바람을 막아주어 좋은 목장이 됐다.
고려시대 안덕면 지역은 탐라 제7 소목장(小牧場)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안덕면 서광리의 남송이오름에서 동쪽으로는 중문면 색달동(현, 서귀포시 예레동) 거린오름을 거쳐 색달동 우보오름 남쪽 기슭의 제8소목장과 경계를 이룬다. 안덕면 지역의 동서광리·광평리·상천리 지경은 탐라 서부 목장 중심인 서아막에서도 가장 넓고 질 좋은 목장을 이루는 곳이다.
광평리 왕이메는 서아막 중심으로 동아막 왕메와 더불어 서탐라 중심지다. 하늬복이는 돌오롬·서영아리·마복이·어우롬과 함께 상천리 산89변지, 해발 592.3m, 비고 42m로 마복이(45m)와 비슷하다. 4·3의 넋처럼, 목호의 난 무명의 넋처럼 제비꽃이 울다 지친 제주의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