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도너리(돌)오롬이라 불린 곳자왈 속의 오롬

쿠노Koonoh 2024. 10. 24. 22:00
삼다일보 승인 2024.10.17 18:18
도너리 북쪽입구에서 본 오롬 전경.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1번지에 있는 이 오롬은 도너리오롬 또는 돌오롬이라 불려졌다. 오롬의 해발(표고)은 865.8m, 비고 71m로 높지 않은 오롬이다. 오롬의 면적은 406㎡로 중간급이고, 둘레 역시 2489m로 중간급이다. 도너리는 금지된 오롬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그 실태를 살펴보는 게 필자의 의지이기에 부딪혀 보기로 하였다.

도너리 입구에서 보니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림 금악&동광 토지 일부 임대. 면적 총 43만 8천 평 중 일부. 지주대표운영위원회 대표 OO’ 마침 휴대폰 번호가 있어서 전화 걸어보았다. 휴대폰 주인에게 전화로 “도너리 오롬도 포함 된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에게 필자를 소개하고 “오롬을 탐방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그러라!”는 대답과 함께 오롬을 잘 탐방하시고 자기에게도 탐방후기를 전해달라고 하였다.

도너리는 여러 명이 등기한 사유지였다. 필자는 이 오롬 탐방한 후 ‘제주도에서 이 오롬 탐방을 금지한 까닭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사유지라는 것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업인 마사회가 무단으로 건물을 짓고 말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오롬이 제주도와 무관하게 매각되었다는 것도 의아스럽지만 한쪽에서는 곳자왈 보존을 위해 사들이려 애쓰고, 한쪽은 곳자왈을 팔았다니(아니면 몰랐다니). 또한, 이미 사유화된 곳을 무단점유했다는 것도 문제다.

둘째는 이런 이유로 하여서 탐방로가 없으니 탐방금지 된 것이다. 필자가 이 오롬을 탐방한 지는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래서 최근 상황이 의문이었다. 입구에서 북-동-남-서쪽으로 돌아 북쪽 입구로 돌아오는 탐사였다. 오롬을 오른쪽에 두고 임도(林道)를 따라간다. 동쪽 둘레길에는 사람도 우마(牛馬)도 다니지 않아서 둘레길은 잡초가 발목 위로 올라온다.

도너리 북쪽에서 본 굼부리 등성이에 박힌 돌.

임도 가운데는 방동사니·개비름·잡초들이, 오롬 아래 자락에는 삼수세기 넝쿨과 보랏빛 개박하·엉컹퀴들 중에 분홍빛 작은 이질 꽃이 넝쿨의 사로잡힌 것 같다. 왼쪽은 굵은 돌담이 쌓였는데 그 너머에는 구지뽕 가시들이 “이리로 넘어 올 생각은 하지 마라!”는 듯하다. 오롬 자락 아래로는 외래 식물인 노란 ‘방울가시’ 열매가 삼나무 푸른 숲에 이채롭다.

길 서북쪽은 제주산 곰솔인데 동쪽에 이르니 검은 흙이 드러나고 울타리 너머부터 산자락을 따라 삼나무 천지다. 오래전 필자가 오르던 곳을 한참 둘러봐도 길은 없다. 할 수 없이 삼나무 숲을 타고 오르는데 높지도 않은 등성이는 미끌미끌하다. 삼나무 숲은 피톤치드 성분이 다른 식물을 용납지 않으니 검고 부드러운데 드러난 흙이 칙칙하여 자꾸 미끄러진다.

한참을 오르니 잡초 무성한 솔숲이다. 가시넝쿨을 헤치고 이윽고 정상에 선다. 다행히 정상 둘레는 길이 없지만 전망이 열린다. 동쪽으로는 누런 벌판에 하얗게 뭉쳐 논 목초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 푸른 하늘 아래로 한라산도 보인다. 북쪽으로 입구를 찾아 정상에서 내려오려는데 깊은 수풀과 푹 패인 웅덩이 같은 곳에 박혀 오도가도 못하고 겨우 뒤돌아 나선다.

오롬 아래 푸른 곳자왈이 오롬에 둘러싸였다. 도너리오롬은 굼부리 윗부분에는 돌이 박혔다. 그것을 보면 사람들도 미끄러지는 오롬 중턱의 심한 비탈은 화산에 분출한 돌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래서 돌내린오롬이라 불린 게 와전되어 도너리오롬이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턱에 멈춰진 돌이 하나도 없고 아래로 내린 돌들은 모두 잣성으로 쌓인 것 같다.

또 하나는 ‘돗내린오롬’으로 보인다. 이는 오롬 사방이 곶자왈로 ‘산돗(산돼지)들이 내려온 것이 와전되어 ‘도내리오롬’이라 한 것으로 보이나 필자는 돌 내린 오롬’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돌오롬’은 여러 곳이나 여기서 말하는 돌오롬의 ‘돌’은 제주어 ‘돌(ㄷ+아래아+ㄹ)’이고 그렇다고 보면 ‘돌(石)’이 아니라 제주어의 ‘들판(야지·野地)’이며 도너리도 그렇다.

얼마 전, 동거문이오롬을 탐방하며 표선면 ‘월랑지오롬’ 동쪽을 따라가는데 조그만 팻말에 ‘곶자왈공유재단이 후원받아 보호하는 곳’이라 쓰인 걸 보았다. 이런 팻말은 처음인데 마땅한 일이라 본다. 개인 소유라 해도 적절한 협의로 (간이)탐방시설이라도 설치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제주도가 행할 일인데, 몰랐다면 직무태만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다.

오롬 상부에는 가막살·예덕나무·새덕이·덧낭 등이 보이고 등성이에는 쑥부쟁이·개박하꽃이 애처롭다. 인마 출입이 끊긴 둘레길 남쪽에는 방앗잎이 가득하고 서쪽 둘레길에는 가슴을 웃자란 들깨 판이다. 뱀이 싫어하는 허브과 식물들을 심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