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당오롬에 가려 어둑한 오롬 괭이(개기·皆旣)모르

쿠노Koonoh 2024. 7. 15. 10:24
뉴제주일보 승인 2024.06.20 18:25
 

괭이모(ㅁ+아래아)르(모루/마루)는 구좌읍 송당리 산198번지, 해발 253.2m, 비고 33m, 면적 89,301㎡의 작고 낮은 오롬이다. 북쪽 자락의 당오롬은 산199-1번지~산200번지로 해발 274.1m, 비고 69m, 면적 141.135㎡로 작지 않은 오롬이다. 괭이모루는 당오롬 남쪽의 아부오롬으로 나가는 송당6길에 있으며 길 건너 동편에는 대물동산, 서편에는 서수모루가 있다.

제주도 368개 오롬들 중에 ‘모르’라 이름 붙은 곳은 괭이모르·서수모르 두 곳뿐이나 비슷한 형태는 부지기수다. 예로써(비고/m) 성산읍-낭끼오롬(40)·본지오롬(32)·남원읍-마은이옆(53)·애월읍-이스렁(37)·안덕면-마보기(45)·하늬보기(42)·제주시-배두리오롬(10)·밝은오롬(37)·진물굼부리(25)·큰칡오롬(47)·족은칡오롬(42)·봉아오롬(38)·삼양눈오롬(13)·한림읍-밝은오롬(15) 등이다.

‘괭이’라는 말은 17세기 문헌에는 ‘광이’로 나타나며 18세기에는 변화를 겪어 ‘괭이’가 되었다. 문헌(자료)에서 보면 19세기부터 ‘괭이’가 확인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고양이라 말하나 중국어사전에서는 묘(猫)라고 하였으며 제주오롬에 묘(猫) 자가 붙은 것도 이와 같다.

‘마루’라는 말은 한국어 사전에서는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이다. 또한 “1576년 간행된 ‘신증유합’에서 ‘마루는 고어형으로 과거에는 마라 또는 마르를 지시하는 한자어로 오늘날 마루·등성이·의뜸을 뜻한다(김찬수)”라고 하는데 한반도에서는 조령(鳥嶺(새제)), 죽령(竹嶺(대제))와 달리 왜, 제주에서는 괭이모루-서수모루를 368개 오롬으로 분류하는가?

제주의 모르들은 지질학적으로 융기현상이 아닌 화산활동으로 이뤄졌기에 오롬으로 분류한다. 괭이모루 지표면에서는 화산 쇄석물이 적어 보여도 표층을 조금만 내려가도 화산쇄석물을 찾을 수 있어 오롬으로 분류한다. 또한, 화산 오롬의 형태 중 말굽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으나 괭이모루가 왜 ‘괭이(고양이)라 불리는지 알려진 바 없다.

제주에서 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들은 제주시 연동-광이(괭이)오롬·봉개동-고냉이굴·김녕리 –괴살메(묘산봉)·애월읍-괴오롬(괴미오롬) 등이 있다. 이 오롬들은 고양이(광이/괭이/묘(猫))와 유관하다. 그러나 송당리 괭이모르는 고양이와 관계를 찾기가 어렵다. 필자의 견해는 한자어 ‘개기(皆旣).’의 변형으로 보인다. 필자의 선대묘(先代墓)는 평대리 ‘개기모르’에 있다.

제주인들은 ‘바당·할으방·아방’이라 하듯이 받침을 붙여 강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 갱이모르, 또는 구악(狗岳)이라고도 했다. ‘개기(皆旣)’는 몽골어로 부탱(БҮТЭН)이니 아닌 것 같고, 개기월식(月蝕)·개기일식(日蝕)의 한자어로 달과 해의 일부나 전부를 가리키는 현상이다. 당오롬이 해와 달이라면 개기/괭이모르는 어둠이 덮여 마치 개기(일식·월식)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

괭이모르 입구의 사잇길 마로(馬路)는 송당6길에서 시작되는데 지붕 없는 사각형 정자가 있고 조금 더 나가니 사잇길은 대낮에도 으슥하다. 동쪽 굼부리에는 삼나무가 주축이고 밤나무·상수리나무가 섞였고 북쪽에는 참식·후박·사스래피 상록수와 머귀·두릅나무들이 우거졌다.

괭이모루 입구에서 당오롬으로 나가는 중간지점 아래쪽은 이제 막 밭갈이를 끝낸 밭이 발을 디디니 푸~욱 빠지는 것 같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뜬땅’이다. ‘까만 흙이 공기층에 떠 있는 것 같다’하여 그렇게 불린 것이다. 조금 더 나가면 당오롬으로 나가는 시멘트 길인데 우측에는 괭이모르 표지판이 보이고 야자매트가 깔린 길이 괭이모르 등성이로 이어진다.

대물동산은 송당6길로 나가는 길 건너편에 있다. 아부오롬으로 나가는 남쪽 백여m 안에는 국립종자원이 세워졌다. 마침 송당리 주민 정성부 씨를 만나서 탐사에 동행하게 되었다. 대물동산은 송당리 1919번지, 해발 232.8m, 비고 17m이니 오롬으로 보기에 우습다. 그러나 368개 오롬에 등재된 것은 화산활동으로 이뤄져서다. 괭이모루 건너편 북동쪽에는 175m의 높은오롬이 보이고, 대물동산 길로 나가면 왼쪽에는 금방 벤 목초밭이 금방 벤 보리밭처럼 누렇고 향기롭다. 붉은 흙이 괭이모르로 가는 시커먼 흙과 다르다.

대물동산으로 가는 길은 모래참흙 같이 벌겋고 바실거린다. 우측에는 이제 막 밭 갈아 씨뿌린 듯한데 동행한 정씨가 말한다. “저 모퉁이에서 큰물이 나왔는데 송당 사람들이 먹던 여러 곳 중에 가장 ‘큰물이 나는 동산’이라고 하여서 ‘대물동산’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송당리에도 수돗물이 보급되고 대물동산의 물을 먹던 사람들도 돌아가시고 또한, 밭 주인도 이 물을 막아 버려서 대물은 사라지고 지금은 다만 이름만이 전설로 남았으니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