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세 오롬 중 맏형인 남짓은오롬의 한 많은 사연

쿠노Koonoh 2024. 7. 28. 21:27
뉴제주일보 승인 2024.07.25 17:59
남동쪽 광이오롬샛길에서 본 모습.
 

제주시 오라동과 경계를 이루는 ‘남짓은오롬’은 제주목(濟州牧) 좌면(조천읍)과 제주목 우면(애월읍) 중간인 제주시 연동에 있다. 애조로를 지나면 동글동글 고운 세쌍둥이오롬을 지나며 보게 된다. 제주시 남쪽 연동의 세쌍둥이인 남짓은-광이-생이오롬이다. 또한, 서북쪽으로는 봉개동의 세쌍둥이인 민오롬-큰대나-족은대나오롬이 있다.

남짓은오롬은 제주시 연동 산25번지에 있다. 남짓은오롬의 해발 높이는 296.7m, 순수한 오롬 높이인 비고는 167m, 오롬의 둘레는 3,072m, 저경은 939m, 면적은 637.805㎡이다. 남짓은오롬의 세 자매 봉우리 남쪽으로는 연동 검은오롬과 노루샘이(생이)오롬이 있고 그 앞(남(南))으로는 한라산국립공원지역인 깊은 산지로 이어진다.

필자는 애조로 상 연동의 세 오롬이 눈에 익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세쌍둥이오롬의 역사(유래와 명칭)에 대해서는 2020년 3월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그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쌍둥이의 진실을 깨닫게 되어 새벽 3시에 불현듯 일어나게 되었다. ‘진실한 물음은 진실한 답을 찾을 때 주신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고려시기, 몽골이 고려를 정복한 이후 몽골(元帝國)은 제주를 100여 년간 관리하게 된다. 700년 전 고려 김방경 장군이 이끄는 여몽연합군은 김통정장군이 이끄는 삼별초군대를 무찌르고 난 후 제주도는 100여 년간 몽골 치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몽골은 일본을 정벌하기 위하여 성산포 항구로 150~160마리 말을 상륙시켜 준비한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목마를 위한 ‘목마총관부장(다루치)를 성산읍 수산리 왕메에 주재시킨다. 이때, 처음 파견된 이가 좌형소이다. 좌형소를 비롯한 15개 성씨가 원나라에서 제주로 이민 오게 되므로 제주도는 급속히 몽골화 되어간다. 700년 전 몽골 이민자들이 제주로 올 때만 하여도 제주도 오롬 일대는 나무들이 빽빽한 ‘남짓은오롬’들이었다.

제주목사로 1841년 부임하여 1843년 7월 6일 이임한 제주목사(濟州牧使) 겸 방어사(防禦使)로 재임한 이원조의 ‘탐라지초본’은 제주 최초의 오롬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세쌍둥이오롬 중 막내 격인 영통오롬(영통악·靈通岳)이 나와 있다. 그러나 세 오롬 중의 맏형, 둘째 형격인 남짓은오롬, 광이오롬의 미기록은 이상한 일이라 그 이유가 궁금하다.

북쪽에서 보면 말굽굼부리도 보인다.

남짓은오롬은 700년 전 제주 산야의 첫 모습을 보여준다. 700년 전 몽골 이민자들은 제주산야를 불태우기 전에는 제주 산야가 무성한 나무들로 빽빽했었다. 이런 모습이 제주의 옛 지도(조선후기)인 ‘제주삼읍도총지도’와 ‘제주삼읍지도’ 상에도 목밀악(木密岳)이라 표기 되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염통악을 제외한 두 오롬은 목초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혹 간은 이 오롬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쫏는다(제주어:조샀다)’ 하여서 ‘남조슨오롬’이라고 하였다. 혹 간은 ‘비조탁목형’이라 하는데 이는 풍수지리상에 ‘새가 나무를 쪼는 형상’이라 이를 음차하여 남조슨오롬(남조봉·南朝峰)이라 하였다. 그러나 제주도 어느 오롬에 딱따구리가 없는 곳이 있으랴! 그래서 ‘남조슨오롬’의 명칭은 맞지 않아 보인다.

오롬 남동쪽에는 해군부대가 있는데 필자가 청년이던 1970년대, 예비군훈련을 놓쳐서 보충훈련을 받으려 이 부대를 두어 번 오간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하여도 이 오롬 일대는 깊은 산중이었다. 그러나 제주시가 팽창하며 이제 이 일대는 아파트가 산재한 도시지역으로 변모하었다. 또한, 지금은 한라수목원이 들어서며 산전벽해(山田碧海)가 되었다.

특히 광이오롬(?)과 경계를 이루는 서북쪽 오롬자락은 ‘한라수목원’으로 개발되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인다. 한라수목원 입구는 세 개 오롬 중에는 광이오롬이 있는데 남짓은오롬 자락은 한라수목원과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광이오롬에서는 남조슨오롬으로 갈 수 있는 탐방로도 나 있다. 아파트 부림랜드 쪽으로 올라오면 광이오롬 쪽에서 나오는 오롬 등성이 길을 만나게 되어 있다.

남짓은오롬은 말굽굼부리로 북서쪽이 열렸다. 지금 오롬은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자락에는 종려나무도 보인다. 또한, 중턱부터는 해송들이 주축이다. 그러나 이 해송들도 이 오롬의 주인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산딸나무·종려나무·굴피나무·주목·구상나무·비자나무 등이 주인일 것이나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웃의 절물오롬 등의 식생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