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겹쳐진 세 오롬 중 서쪽에 있는 섯궤벤이오롬

쿠노Koonoh 2024. 8. 16. 11:31
삼다일보 승인 2024.08.09 11:25
 

한라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제1 횡단도로는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나가는 동쪽 중턱에 있다. 그 중의 섯궤벤이는 거듭되는 궤벤이 세 오롬들 중에 해발 774m, 비고 59m로 제일 서쪽에 위치하여 있다. 그래서 큰궤벤이·샛궤벤이 서쪽이라 섯궤벤오롬이라 한 것이다. 섯궤벤이는 큰궤벤이오롬과 샛궤벤이오롬들과 같은 조천읍 교래리 산137-1번지에 있다.  

제주 역사상 1703년 이형상 목사가 발행한 ‘탐라순력도’에서 이 오롬은 추다악(皺多岳)으로 소개되었다. 추(皺·zhòu)는 ‘주름이 잡히다·쭈굴쭈굴하다’, 多(duo)는 ‘많다·넓다·겹치다·포개지다’는 뜻으로 그 모양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앞서 몽골어 궤(ГҮВЭЭ(언덕))+벤(БАЙН(계속))의 합성어의 뜻과 동일한 것을 보면 몽골어의 한자 표현
으로 봐야 할 것이다.

궤벤이 세 오롬은 초보자들에게는 탐방이 쉽지 않은 오롬들이다. 그것은 궤벤이 세 오롬의 탐방로 입구조차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궤벤이오롬은 결코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는 그 길을 찾아갈 수조차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일단 입구를 찾았다면 탐방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입구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지 않는다면 입구를 찾기가 여간 어렵다. 

5·16도로 성판악 휴게소에서 궤벤이오롬으로 나가는 표고밭 입구까지는 300m 좌우이다. 성판악 휴게소 입구에서 주차하고 제주시 방향으로 걷다 보면 궤벤이오롬으로 나가는 탐방로 입구는 오른쪽 숲 사이에 숨어 있으니 잘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빈틈이 보이고 동쪽으로 나가는 소로가 보이면 궤벤이오롬 입구로 나가는 표고밭 길이 맞다.

일반적으로 궤벤이오롬은 큰궤벤이오롬·샛궤벤이오롬·섯궤벤이오롬을 같이 트래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궤벤이 세 오롬의 탐방을 시작하는 표고밭 마당에서 보면 왼쪽에서는 큰궤벤이-샛궤벤이-섯궤벤이 순으로 탐방하거나 그 반대로 오른쪽에 있는 섯궤벤이에서 탐방을 시작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새 오롬은 한눈에 보일 만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섯궤벤이오롬을 탐방하려면 5·16도루에서 표고밭 입구, 표고밭 마당에서 왼쪽으로 나가게 된다. 표고밭 마당으로 나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넙거리오롬 자락을 따라간다고 보면 된다. 표고밭 마당에 이르러 앞으로 바라보면 궤벤이 세 봉우리가 보인다. 

궤벤이 세 봉우리가 거듭되는 중에 가장 서쪽 끝에 보이는 봉우리가 섯궤벤이오롬이다.

그런데 서남쪽으로 또 하나의 봉우리가 겹쳐 보이는데 그것은 몰오롬(이제껏 물오롬으로 잘못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뒤쪽이 넙거리오롬이다. 궤벤이오롬까지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속하나 몰오롬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속하므로 이곳을 경계로 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고 성판악 휴게소도 서귀포시 지역에 있는 셈이다.

섯궤벤이로 나가는 길은 표고밭 마당을 지남과 동시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산죽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금 더 나가면 우거진 산죽 중에 우뚝우뚝 솟은 서어나무 숲에 이른다. 그리고 그 서어나무 숲 우측 끝에는 표고밭이 있다. 한라산 중턱의 이곳 표고밭 표고목은 한반도 육지부의 표고목인 참나무·밤나무·도토리·상수리나무가 아니고 서어나무라는 것이다.  

표고밭 철조망을 따라가는 길은 성판악부터 흐르던 물이 커져서 큰 바윗돌을 굴려 놓았다. 궁둥이로 미끄러지듯 쓸며 언덕진 곳을 내려가면 바윗덩이 개천을 지나게 된다. 바윗덩이를 피하며 개천을 지나도 쉽지 않다. 탐방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서 탐방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오월을 맞는 한라산 깊은 산골에 피어나는 분홍빛 참꽃나무 꽃이 더욱 아름답다.

참꽃나무 꽃 피는 골짝을 지나면 개울을 건너기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서어나무와 산죽이 우거진 것과 달리 산죽은 적어지고 발목 아래 풀밭 곳곳에는 곰취가 군락을 이루고 띄엄띄엄 제주산 나무들이고 그 아래도 곰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필자는 이웃 사람들이 독초인 동이나물을 곰취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위험한 일을 본 적도 있다.   

박새는 백합화의 독초로 산나물(산마늘)과 혼동할 수도 있는 독초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한참 동안 산죽과 박새 군락이 우거진 비탈을 타고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섯궤벤오롬 굼부리는 큰궤벤이, 샛궤벤이오롬과 같이 원형 굼부리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 서니 동쪽으로는 큰궤벤이·샛궤벤이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넙거리오롬, 남쪽으로는 몰오롬이 보인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섯궤벤이는 푸른 숲들이 여름으로 달리는 한라산 깊은 곳의 오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