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이오롬은 해발 539m, 비고 114m, 둘레 1.437m, 면적 33만2070㎢로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승이오롬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이승이오롬을 품고 있는 이승이오롬으로 들어서는 시멘트길 중간 휴게소 주위에서는 한라산이 아주 가깝 고, 좌우에는 왕벗나무가 도열 한 오롬 자락에는 꽃향유가 아름다운 계절이다.
남원읍 29개 오롬들 중 신례리는 7개, 하례리는 6개로 신-하례리 예촌에는 13개 오롬들이 있다. 사라오롬(해발1324m·비고150m)·성널오롬(해발1252m·비고165m)·논고오롬(해발834m·비고143m) 등 세 오롬은 국립공원 지역이고, 검은오롬·보리오롬도 신례리 산2-1번지에 있는데 생기오롬·이승이오롬을 제외한 다섯 개 오롬도 모두 신례리 같은 번지에 있다.
예촌은 18세기 이전에는 여소(ㅅ+아래아)모(ㅁ+아래아)을, 18세기에는 오지리에서 호촌리, 19세기에는 하례리로 표기하였으며 20세기에는 신·하예리로 나누어진다. 신-하례리는 고려 때 고아현(孤兒縣)으로도 불리던 역사 깊은 마을이다. 일제 시기 지도에는 굴앗동네(굴전동)가 있었는데 4·3사건 때, 폐동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웃한 영남동이 폐동(閉洞) 될 때 폐동 된 걸로 보인다.
‘이승이’라는 말은 몽골어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필자의 몽골어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세대들은 몽골어는 필자보다 능할 수 있으나 제주어로 변화되는 과정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현재 쓰이는 제주어도 ‘필자가 마지막 세대일는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래서 필자가 ‘오롬이야기’를 서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철은 그의 저서인 ‘오롬 나그네’에서 “이승이의 어원이 분명치 않다. 산 모양이 식(제주어 삵쾡이)처럼 생겼다.”라고 한다. 한자로는 살쾡이 이貍, 승升은 날을 세는 단위·승괘(升卦:주역周易 64괘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 이승이는 제주어로 ‘이슥하다’, ‘아득하다’, ‘꽤 멀다’라는 말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 잘못 표기된 말로 보인다.

실제로 이승이오롬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북쪽 한라산도 남쪽 서귀포도 이슥하다. 또한, 옛날 4·3사건 전에는 동내도 이슥하고, 남쪽 서귀포 바다는 은빛으로 반짝이는데 절(제)지기오롬·섭섬·문섬 등도 이슥히 멀다. 이 오롬이 제주어라면 그 뜻은 북쪽의 한라산은 바로 코앞이나 이슥하고 남쪽 예촌리 마을도 발아래나 이슥하게 멀다는 말일 것이다.
이승이는 서귀포 여러 오롬들 중에서도 탐방 시설이 가장 잘되어 있다. 이승이오롬에는 세 개의 탐방로가 있는데 이승이오롬길·산정화구길·시험림길 등이다. 이승이오롬 정상으로 가는 길은 동쪽으로 백여 미터를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오롬 자락은 잘 정리되고 산딸나무를 심었으나 이파리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조금 더 나가면 이슥한 숲 터널이다.
산딸나무는 붉은 단풍과 함께 붉은 열매도 맺는데 여기 산딸나무들은 언제쯤 고운 단풍이 들고 고운 열매를 맺을지 모른다. 산딸나무 아래는 조그만 청고사리가 한여름같이 푸르다. 아쉬운 것은 오롬을 오르기 전 중간 주차장 근처에 피어나는 꽃향유가 예쁜데 이 산딸나무가 심어진 오롬자락에도 꽃향유가 심어진다면 얼마나 예쁠까 생각해 본다.
오롬 탐방길로 나가는 숲 터널에는 아웨·세덕이·사스레피·감탕(멋나무)·조록이·참식·생달같은 상록활엽수와 낙엽수로는 산딸나무·허연 줄기 합다리나무, 제주산 섬단풍은 이제야 붉은 빛이다. 숲터널 중간쯤 오른쪽으로는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그냥 지나면 둘레 길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길로 나가는 계단을 따라 정상을 오른다.
정상을 오르는 길에는 숲 터널에서 보이지 않던 서어나무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록의 참가시나무들이 듬성듬성한데 동백나무들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자 매트에는 이따금 떨어진 붉은 팥배 열매가 보여서 위를 쳐다보니 붉은 오줌때 열매의 까만 씨가 보인다. 고목을 붙잡고 기어오르는 다래 줄기와 푸른빛 송악 줄도 보인다.
이승이의 압권은 단연 정상 전망대서 바라보는 한라산이다. 11월, 아직도 푸른 물 청청한 숲 바다 너머, 한라는 어머니 품 같다. 한라산 우측의 사라·성널오롬 모두가 이슥한데 그 아래 거린사슴·머체·민오롬·사려니숲에 속한 오롬들도 이슥하다. 남쪽 멀리 서귀포 앞바다에 떠도는 섬들, 한라산 굼부리에 구름이 인 듯 만 듯 서귀포 해녀는 바다에 든 둥 만 둥 이슥한데 서귀포로 흐르는 계곡물이 마르듯 하산하는 길에 낙엽들도 바싹 말라 바스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