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설교

참된 것으로 맡기겠느냐

쿠노Koonoh 2021. 4. 18. 15:55

너희가 만일 불의한 재물에도 충성하지 아니하면 누가 참된 것으로 너희에게 맡기겠느냐” (누가복음 1611)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청지기는 불명예 퇴직을 앞두고 자기의 살길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을 속인 불의한 청지기의 행위를 주인이 칭찬했다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사를 지혜롭게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要旨가 과연 무엇입니까? 이래저래 헷갈리는 탓에, 성경 말씀을 전하는 이들마저 그 뜻의 몰이해로 불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로써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불상사도 발생합니다.

 

이 비유에 나오는 주요 용어들을 나열하면 불의한 청지기’ ‘지혜’ ‘주인의 칭찬’ ‘예수님의 결론’, 이러한 몇 가지입니다. 예수님의 결론인즉, 자기에게 주어진 여건을 올바로 지혜롭게 활용하는 충실한 신앙을 가지라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앙이란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지혜롭게 활용한다는 것은, 사람이 가진 천부적 재능과 모든 조건이 영생을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 현실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것은 참된 행복을 위한 기반의 환경입니다. 주인에게서 한 데나리온을 받은 종은 다른 종들이 받은 양에 비하여 적다는 불만으로, 그 돈을 활용하지 않은 채 땅속에 그냥 묻어 두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주인의 칭찬과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세상살이는 내세와 동떨어진 무관한 삶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실현을 위한 터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하인입니다. 따라서 그는 주인의 뜻에 합당하게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비유의 청지기는, 업무 수행을 불의하게 함으로써 파직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살길이 막막해진 그는,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하나씩 불러서 빚진 돈을 얼마씩 줄여줌으로써 선심을 베풀었고, 나중에 자기가 그 혜택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그는 불의한 청지기였고, 끝까지 그 나쁜 행위를 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청지기의 그릇된 행위를 가리켜 지혜롭게 처리했다고 칭찬했다는 것입니다. 불의한 행위와 주인의 칭찬은 상충하는 내용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그 상충하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불의한 행위는 당연히 파직을 불러왔고, 다만 살길을 찾으려고 술수를 부린 것은, 막막한 처지에서 희망을 잡으려는 자구책이었습니다. 이 비유의 목적은 작은 일에도 충성하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불의한 세상에서라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원한 삶을 얻고자 주어진 여건을 활용하도록, 신앙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교훈이 핵심입니다.

어떤 목회자는 이 비유를 가지고, 선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처럼 가르칩니다. 예컨대, 복음 사역을 위한 목회자가 되려는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신학교에서 시험을 치면서 부정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식입니다. 말 같지 않은 말이지만, 그런 식의 그릇된 사고방식으로 성경과 신앙을 이해하고 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은 개탄할 만한 일입니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모두 불의합니다. 아담의 죄를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에는 의롭거나 평화스러운 모습보다, 죄스럽고 어두운 게 온통 널려 있음을 흔히 느낍니다. 정의로운 게 있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소극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육신의 일은 작은 것이고 영의 일은 큰 것입니다. 세상살이는 영의 일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삶이 궁극의 목표라면 그의 영혼은 죽은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삶이 영원한 삶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세상 재물을 주인으로 삼지 말고, 세상 것을 영원한 참된 것의 재료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자가 됩시다.

 

(2021418,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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