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제주도 39개 원형 굼부리 중 하나인 교래오롬 굼부리

쿠노Koonoh 2023. 8. 4. 10:51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03 18:38
 

산굼부리(일명)는 제주도 368개 오롬 중 무명의 몇 개 오롬 중 하나이다. 제주도의 오롬들을 분류해보면 원추형·원형·말굽형·복합형 등 4가지 굼부리로 분류한다. 이 중 원형오롬이란 둥그런(원형) 굼부리를 가진 오롬들이다. 제주도에는 39개의 원형 굼부리 오롬이 있다. 그래서 ‘산굼부리’는 하나 뿐인 고유명사가 아니기에 필자는 이를 ‘교래오롬 굼부리’라 칭한다.

교래오롬 굼부리는 해발 437.4m이나 순수한 오롬 높이(비고)는 32m이다. 교래오롬은 405m의 고산평지(리)에서 분화한 기생화산이다. 교래오롬 굼부리의 지름과 깊이는 백록담보다도 더 크다. 교래오롬 굼부리 벽은 현무암층이나 백록담과 같은 비교적 강질의 현무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굼부리가 온통 푸른 숲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교래오롬 전망대에서 굼부리를 보면 굼부리의 경사가 아주 가파르다. 그러나 굼부리 바깥쪽은 아주 완만하여 그 모습이 전혀 딴판이다. 바로 이웃의 까끄레기오롬 정상에서 교래오롬을 바라보면 교래오롬 굼부리 동쪽의 외륜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은 펑퍼짐하고 나지막하다. 이것이 곧 교래오롬 굼부리의 외륜을 이루는 교래오롬 모습이다.

교래오롬은 조천면 교래리 산38번지로 오롬의 모습과 주위를 모두 관망할 수 있는 곳은 이 오롬 정상의 전망대이다. 전망대에서 굼부리를 바라보면 그 내부를 잘 관망할 수 있다. 교래오롬 굼부리는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식물학적으로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교래오롬 굼부리 안은 300여 종의 진귀한 식물들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은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고 제주에서는 성산일출봉(천연기념물 420호), 거문오롬동굴계(천연기념물 444호)와 더불어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 곳 중의 하나이다. 한라산 중심의 백록담은 그 면적이 약 33만㎡, 둘레 약 1700m, 동서길이 약 600m, 남북길이 약 400m, 해발 약 1841.7m, 깊이 약 108m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 굼부리가 백록담이듯 교래오롬 굼부리(산굼부리)도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되어 있다. 교래오롬의 바깥 둘레는 약 2000m, 안둘레 756m, 굼부리 바닥의 넓이는 약 2.420㎡, 깊이는 100~146m이다. 이렇게 비교해 볼 때 교래오롬 굼부리는 한라산 백록담보다 그 둘레나 깊이가 더 크고 깊어 한라산과 다른 오롬 굼부리들 중에 으뜸이다.

교래오롬 굼부리는 화산폭발 당시 분화에 의해 이루어진 전형적인 마르(maar)형 굼부리로 분류하기보다는 화구에 가까운 형태라는 점에서 백록담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분화구 자체로만 볼 때는 서귀포의 하논분화구나 송당의 아부오롬, 김녕의 삿갓오롬과 같은 단순한 마르형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거문오롬 굼부리와 비교해 보면 약 4000m 정도 연속되어 제주인들은 이를 거멀창이라 한다. 거문오롬은 복합형 화산체로 오롬 정상의 큰 화구가 깊게 패어 있어 북동쪽으로 크게 터진 말굽형 굼부리로 원형 굼부리가 아니다. 또한 거문오롬은 동굴 천장이 무너진 곳이 많기에 교래오롬 굼부리와 비교가 불가하다.

교래오롬 굼부리는 이번 100회째 오롬 기획을 쓰며 30여 년 만에 입장료를 내고 탐방하였다. 그런데 교래오롬 굼부리가 개인의 소유로 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 중산간 일대가 개인소유로 진행된 것은 이유가 있다. 본래 제주도의 중산간은 어느 집 쉬(말과 소)나 함께 풀을 뜯던 제주인의 공동목장이었다.

그러나 일제 당시 사유지를 등록시킬 때 제주인들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곳만을 등기하였다. 다행히 마을의 축산계(조합)로 등기한 곳은 인정해 주었다. 그 예로 현재도 구좌읍 종달리 소재인 용눈이오롬은 상도리, 손지오롬은 하도리, 송당리 소재의 성불오롬은 세화리 소유로 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제주도 각지에 산재해 있다. 이런 연유를 모르고 육지에서 제주와서 부동산업을 하는 어떤 분은 육지에는 없는 희한한 일이라고 말한다.

국가나 지방정부 소유로 개발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나 대부분의 오롬들은 외지인의 포로 되어 관광지·목장·경마장·골프장 등으로 개발된다. 그래서 제주 오롬들은 철조망이 쳐지고 담장이 쌓이고 지금은 고사리 꺾는 것조차 금지되고 출입제한 당한다. 심지어는 “고발조치 하겠다”는 경고문이 내걸린다. 이것이 제주 땅, 제주 오롬의 슬프고 아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