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우도 세 오롬 중 유일한 해송숲 망오롬과 알오롬

쿠노Koonoh 2023. 7. 15. 19:04
뉴제주일보 승인 2023.07.13 19:00
 

구좌읍 하도리나 종달리 바닷가에서 소섬(우도)을 바라보면 소섬은 먼저 쇠머리오롬이 보이고 망오롬이 보인다. 아주 희귀한 경우지만 어쩌다 비구름이 소섬의 하체를 가리고 있을 때 소섬은 쇠머리 오롬과 망오롬이 소섬의 전부인 듯 보인다.

아주 오래 전 부친이 우도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신랑과 다투어 화가 난 젊은 부인이 친정으로 간다는데 신랑은 “배도 없는데, 갈 테면 가보라”고 하였는데, 상군 잠수였던 그 부인은 정말로 우도에서 종달리까지 헤엄쳐 건너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고 사실이듯이 소섬(연평리)과 종달리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나 우도 종달리 간 바다는 물살이 세어서 쉽게 지날 수 있는 바다가 아니다. 그렇지만 건장한 상군 해녀라면 이 바다에서 넓미역(미역과 전혀 다른 종)을 따기도 했는데 이 해협의 이름은 잘 전해지지 않지만 소섬에서는 ‘우묵게바당 너머’라 하고 종달리에서 ‘두문포 바당 너머’의 큰 바당이다. 여름이면 이 바다에서 넓미역이 났는데 풍선風船을 탄 어부들이 갈고리를 달고 끌어서 넓미역을 채취하였다. 옛날 세화장 날에 소섬 배가 오면 넓미역도 팔았었다.

종달리 쪽에서 보면 쇠머리오롬이 소섬의 동쪽 끝이라면 망오롬은 오롬 줄기의 서쪽 끝에 있다. 사실 소섬 쇠머리오롬(등대봉)에 올라서 보면 쇠머리오롬과 망오롬은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종달리 두문포에서 배를 타고 우도를 향하여 바라보면 쇠머리오롬과 망오롬이 동서로 작은 산맥을 이루고 우도면 마을과 농지들은 대부분 그 아래편에 펼쳐져 있다.

망오롬은 쇠머리오롬을 올라서 등대 북쪽으로 기슭을 따라 내려온다. 얼마 쯤 내려오면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 쪽 바다를 향해서 내려가면 해안석벽과 동굴이 있는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을 품고 있는 영일동이고 왼쪽으로 직진하여 나가면 망오롬으로 나가게 된다. 옛날에는 다소 미끄럽고 가파르던 길이 지금은 옛날과 다르다. 망오롬으로 내려가는 그곳이 계단으로 잘 꾸며져 가파르지도 미끄럽지도 않은 편안한 산책길이 되었다.

망오롬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독초 천남성이 넓고 푸른 잎이 무성하다. 잡초 우거진 곳에는 팔손이도 보인다. 팔손이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하는 아열대식물인데 잎 모양이 손바닥처럼 생겼는데 여덟 쪽으로 갈라져 팔손이라 했으나 칠손이도 있고, 구손이도 있다. 제주도에만 있는가 하지만 경남, 전남에도 분포하고 통영 비진도 자생지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쇠머리오롬에서 비탈진 등성이를 내려와서 영일동 검멀래 방향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100m 좌우에 있는 계단을 내려오면 망오롬 방향으로 올라가게 된다. 등성이를 타고 오르면 소나무 숲이 우거진 망오롬으로 올라가게 된다. 망오롬에는 우도에서 유일한(?) 산불감시초소를 만나는데 아주 오래 전 가을에 올랐을 때 억세 우거졌던 들녘에 동무들이 그립다.

우도에 산지를 이루는 쇠머리오롬·망오롬·알(오롬)의 식생은 다르지 않다. 여기 세 오롬 중에 알(오롬)은 나무가 없는 매끄러운 오롬이다. 쇠머리오롬은 해송이 중간마다 박혀 있고 예덕나무·천선과·우묵사스레피·참식나무·후박나무들도 있지만, 숲을 이룬 곳은 없다. 청미래·보리똥·보리수 넝쿨과 멍석딸기가 곳곳에 보인다. 우도에서는 작지만, 숲을 이루는 곳은 망오롬 해송 숲이 유일하다. 그래서 우도면에 유일한 산불감시초도 망오롬 한 곳에만 있다.

우도면에는 두 개의 오롬만이 등록되어 있지만 크게 본다면 하나이고 세분한다면 세 개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우도 섬에 와서 보지 않고서는 증명하기 쉽지 않다. 우도의 세 개의 오롬은 섬에 오지 않는 한 본섬인 제주에서는 관찰하기 어렵다.

우도의 세 오롬은 쇠머리오롬과 망오롬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도의 오지 않는 한 관찰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도면에 있는 등대공원에 이르러 등대가 있는 쇠머리오롬을 오르려면 왼쪽에 독립된 봉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우도알(오롬)이다.

또 우도면 섬 뒤쪽인 비양도(비양동)에서 보면 우도의 세 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양동은 본 섬 제주에서는 우도 북쪽에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 우도 비양동에서 보면 바다 건너 남쪽 우도 섬의 세 개의 봉우리를 보게 된다. 이것이 곧 필자가 말하는 우도의 세 개의 봉우리이고 그 세 봉우리는 곧 쇠머리오롬·망오롬·알오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