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섬(우도)이 제주역사에 등장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은 한라산에 앉아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한쪽 다리는 서귀포 앞 지귀섬에 놓고 청산오롬(일출봉)을 빨래 바구니 삼고, 소섬을 빨래판 삼아 빨래했다고 한다. 가끔은 한라산을 베고 누워서 물장구칠 때마다 파도치고 발을 바꿀 때마다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소섬의 행정명은 우도면으로 제주도에서 제일 큰 섬이며 그 면적은 6.18㎞이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우도의 인구는 1862명이다. 추자도(楸子島 )중의 제일 큰 하추자도가 우도보다 조금 작지만 추자면은 군도(群島)를 이루고 있으며 면적은 7.05k㎡로 우도보다 크지만 같은 해 추자도 인구는 1733명으로 우도 인구가 추자도보다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소섬은 제주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의 전설에 등장할 만큼 본섬 제주도가 생길 때부터 같이 생겨난 오래된 섬이다. 그러나 우도(牛島)가 ‘소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역사를 모르는 이들의 무식한 소치다. 소섬이 우도(牛島)로 쓰인 것은 조선 시대 지방민들이 ‘소섬’이라 하는 말을 ‘우도(牛島)’라고 등재하며 ‘소를 닮았다’는 엉뚱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 것이다.
소섬은 본래 종달리와 함께 정의현(남제주군 동쪽의 현)에 속 했었다. 우도(牛島)라는 명칭은 ‘정의현(당시 고성)에서 볼 때, 축시(丑時·12간지 상 두 번째 시간(時間)인 오전 1~3시) 방향에 있는 섬’이라서 ‘소섬’이라 불린 것이다. 그런데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자 조선 정부는 제주목사에게 관리를 명하자 중종 31년, 제주 목사 장림은 1510년 제주목 김녕(현)방호소에서 하도리에 별방진(별(別)도의 방(防)어를 위한 진(鎭))을 세우며 좌면(구좌면·신좌면)에 속하게 된다.
본래 소섬은 행정구역상 ‘연평리’라는 마을이었다. 1980년 ‘구좌면 연평출장소’가 1986년 ‘우도면’으로 승격된다. 그 후 우도를 ‘소의 모양(소가 누워 있는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보편화 됐다. 소섬에는 오래된 등대가 있어 안개가 끼면 등대가 소 울음을 울었다. “소섬에 쇠 우는 거 보난 으납(안개) 찐 모양이여!” 그래서 “소 같다”는 오해에 한 몫을 더했다.
우도를 멀리서 보면 쇠머리오롬과 망오롬이 우도의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우도에 다다를 때쯤에는 서쪽으로 점점 넓게 펼쳐지는 평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쇠머리오롬은 해발 132.5m, 비고 128m라고 하지만 사실상 오롬의 동쪽 끝자락은 바다에 접해 있다.
쇠머리오롬에 올라서 바라보면 오롬 서쪽으로는 치맛자락처럼 펼쳐있다. 오롬 서쪽에 굼부리를 닮은 곳도 보이고 그 아래 편에는 우도 정수장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동남쪽에는 작지 않은 알오롬도 하나 있으나 독립된 알오롬으로 등재되지 않고 누락 된 듯하다. 오롬 남쪽 절벽에는 사자기암이 있는데 마치 청산오롬(일출봉)을 삼키려는 듯 신기한 모양이다.
예전에는 쇠머리오롬을 따라 등대까지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레이더 탑 앞에 철책이 세워지고 정상 표석도 거기에 있다. 정상을 조금 더 내려와 직진하면 망오롬 쪽이고, 오른쪽(북쪽)으로 가면 등대 쪽이다. 필자는 “우도는 곧 등대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도등대는 우도 1경이 되어야 한다. 쇠머리오롬에서 보면 푸른 들, 파란 바다가 우도 8경 중 지두청사로 뽑힌다.
우도등대에서 동북쪽으로 더 가서 삼거리 오른쪽 계단을 타고 영일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곳이 곧 등대 밑이고 쇠머리오롬 아래다. 여기서 쇠머리오롬을 내려다보면 이곳이 후해석벽(後海石壁, 우도 8경)이고, 동북쪽은 동안경굴(東岸鯨窟, 우도 8경), 후해석벽의 동남쪽은 주간명월(晝間明月, 우도 8경)이고 남쪽에는 우도 10경으로 첨가해야 할 사자기암(獅子奇巖)이다.
쇠머리오롬의 동북쪽 해안절벽(後海石壁)은 시흥리 멀미오롬과 종달알오롬, 대정읍 절워리와 오롬(송악산)과 비슷한 구조다. 즉 바다에서 1차 분출하며 겹겹이 날개 같은 주름진 화산석이 지층을 이루고 그 위에 다시 2차적으로 분화한 것이 쇠머리오롬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쇠머리오롬은 ‘복합오롬’ 중에 하나이며 필자의 이론상 ‘이중분화오롬’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 우도가 그립고 정겹다. “그 바다에 우도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 가을 소풍 때 처음 우도를 본 뒤 오랫동안 외국에 머물러 못 보다가 2020년 이후부터 1년 한번은 방문하는 편이다. 그러나 좁은 길, 오토바이·소형차들로 사고가 날까 무섭다. 길을 넓히고 굽은 곳을 펴야 할 것 같다. 두문포서 배 타고 지미오롬을 뒤로하고 우도를 탐방한다. 청산오롬을 바라보며 성산포로 나가는 아름다운 날, 그 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