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한림읍 누운오롬을 탐방하려고 누운오롬을 살펴 본다. 누운 오롬은 눈오롬 또는 논오롬으로 불린다. 다시 소개하면 제주시 해안동 눈오롬, 삼앙동 논오롬, 한림읍 금악리 누운오롬, 애월읍 장전리 눈오롬, 애월읍 봉성리 논오롬, 광령리 웃세누운오롬, 안덕면 화순리 논오롬 등 일곱 개가 있다.
이 중 누운오롬이란 뜻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누워 있다’라는 뜻이고,하나는 ‘논밭(답·沓’이란 의미다. 화순의 논오롬은 굼부리를 논밭이란 의미이고, 다른 의미의 누운(와·臥)이란 의미로는 해안동·금악리·장전리 경우는 ‘소가 누워 있다’하여 와악(臥握), 와우악(臥牛岳)이라 불렸고, 한라산 중턱의 광령리 오롬도 같은 의미다.
누운오롬들은 신기하게도 제주 서북지역 중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동부에도 종달리 용눈이오롬은 ‘용이 누워있다’하여 용와악(龍臥岳)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모두 50m 아래이고 평지에 있는 오롬들이라 오롬이라 부르기엔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그중에 조금 도드라진 게 금악리 누운오롬이다.
금악누운오롬은 한림읍 금악리 188-6번지에 높이 57m로 누운오럼들 중에는 제일 높다고 하지만 막상 금악누운오롬을 바라보면 “저게 오롬이란 말인가?”하고 의문이 생긴다. 왜 그러냐 하면 도저히 오롬으로 보이지 않고 언덕에 불가하다.
왜 다른 지역에는 누운오롬이 없는데 서북 지역에만 이렇게 몰려 있는가? 그것은 이 지역이 제주도 다른 세 지역보다 평야 지대가 많고 그래서인지 인구도 제일 많다. 인구 순위로 보더라도 서북·서남·동북·동남 4개 지역으로 나누어보면 인구순위로도 서북·서남·동북·동남 지역이 이 될 것이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예로서 구좌읍 종달·송당·덕천리 세 마을 오롬 숫자가 한림·한경·대정 3개 읍면의 솟자 보다 많다. 또한 서쪽은 오롬이라고 하더라도 낮은 언덕 같다. 토질적으로 보아도 서부지역은 참흙이 많아서 흙 불림이 적지만 동쪽은 푸석푸석한 화산재와 바다모래가 날려서 흙 손실이 많으니 농사짓기에도 그만큼 제약이 많은 곳이다.
금악리 누운오롬은 북동쪽으로 한림읍에서 제일 높은 금오롬(178m)과 남서쪽으로 두 번째 높은 정물오롬(151m)사이에 있어서 그 높이나 위치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리 말하면 누운오롬이 “언제 나를 알아달라고 했나?”라고 나설 것 같다. 필자는 세미소 오롬을 탐방하기 위하여 동서남북을 살피던 중에 발견하였다.
세미소오롬을 동행하던 홍성준씨는 이 오롬에 대하여 필자에게 소개하며 중턱으로 못 가면 이웃의 알오롬에라도 올라서 살펴 보자고 무릎 위로 자라서 발목을 잡는 황새 풀과 우거진 잡초를 헤치고 나가는 것을 그만 두자고 말렸다. 그러나 끝을 보자는 생각에 9월 7일에 다시 탐방을 위하여 길은 나섰다. 음력 팔월 초하룻날은 제주도의 벌초하는 풍속으로 주말을 맞은 들판은 차와 사람들이 들판에 가득하다. 그리하여 나도 그들의 발길을 쫓아 가 보기로 하였다.
혹시나 했던 예상과 같이 역시나 누운오롬은 밖에서 보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펑퍼짐한 언덕을 조금 걸다가 포기하고 싶었으나 새로울 것이 없는 펑퍼짐한 등어리를 살펴본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올록볼록한 알오름 같은 붕우리가 보이고 작지 않은 굼부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굼부리 속에도 올록볼록한 귀여운 작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이 오롬을 복합형으로 분류 하는 것은 처음 분화한 굼부리 안에서 다시 두 번째로 분화가 일어나 알오롬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오롬에는 굼부리 주위에 몇 그루의 소나무가 보이는 것 외로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그러나 여러 개의 삼나무가 띠를 이룬 것이 몇 개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옛날에는 각기 다른 소유로 보인다. 잡초가 무성한 계절이라 아쉽다. 아마도 새봄이면 이곳에도 여러가지 들꽃들이 곱게 피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쪽으로는 애월읍 봉성리와 경계를 이루고 금오롬 서쪽으로는 한경면과 경계를 이루는 곳. 어둑어둑 해질 녘에 이시돌 목장 너머로 두견새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