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표선리 해안 진모살(긴 모래) 백사장은 표선리 자랑일 뿐 아니라 제주도의 자랑이다. 표선리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백사장과 더불어 해안을 내려다보는 매오롬은 표선리의 랜드마크이다. 제주시에서 다소 멀지만 번영로는 제주에서 표선까지 이어주는 4차선 도로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표선리 바닷가에는 호텔과 펜션들이 자리 잡았다.
경칩을 앞둔 날씨라지만 50년 만의 제주의 봄 날씨는 유난히 춥다. 꽃샘바람이 아니라 한여름 태풍보다 더 새고 찬 바람이다. 하늬바람을 맞는 모슬포 해변과 더불어 마파람을 맞는 표선리 봄바람도 대단하다.
매오롬은 표선리 뿐만 아니라 가시리 녹산장 유채·벚꽃길에서도 그 모양이 또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매오롬은 알지만 도청오롬은 어디냐?”라고 묻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도청오롬과 매오롬은 동북쪽에 초승달 같은 열린 굼부리를 가진 하나의 오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도청오롬은 매오롬에 가려 그 이름조차 아직껏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도청오롬은 표선리 2450-6번지 바닷가에 있다. 오롬 높이는 해발 100.5m, 비고 70m인데 둘레는 1482m이다. 그러나 서쪽에 붙어 있는 매오롬의 면적은 4553m이니 3배 정도의 면적이다. 또한 매오롬의 독특한 모양과 높이(해발 136.7m, 비고 107m)에 가려있다. 그러고 보면 해동청보라매의 왼쪽 날개가 매오롬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매오롬과 도청오롬은 하나인 듯 둘인 듯 아리송한데, 찾아가는 표지판마저 시원치 않으니 네이비를 따라가다가는 이상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니 주의해야 한다. 중턱에 이르러 송신소를 찾으면 그 너머 도청오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두 오롬은 하나로 탐방하는 게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 오롬은 사실 봉우리를 두 개 가진 하나의 오롬이다.

도청오롬의 명칭은 아직껏 누구도 그 어원이나 유래를 밝히지 못 했다. 매오롬에 대해서는 1841년(헌종 7년)부터 1843년(헌종 9년) 6월까지 제주목사로 재임하였던 이원조 목사가 ‘탐라지초본’에 제주 최초로 제주오롬을 기록했다. 표선면은 조선시대에 제주목 정의현에 속했다. 기록에는 표선리 매오롬은 응암악(鷹巖岳)으로 보인다. 응은 매응(鷹)으로 해동청(청매), 송골매를 말하며 ‘암(巖)은 바위 암자로 낭떠러지·가파르다·험하다’라는 뜻이다.
도청오롬의 ‘도’는 제주어로 입구(入口)를 말한다. 예를 들어 ‘그 돌랭이는 도가 없다’라고 하면 ‘그 작은 밭은 입구가 없는 맹지(盲地다)’라는 말이다. ‘청(靑)’은 매오롬의 매, 즉 해동청(海東靑)을 말한다. 몽골어로 푸른색(靑色)은 쳉헤르(ЦЭНХЭР)라고 하는데 청은 해동청(海東靑)의 청(靑)을 말한다. 보라매는 맷과로 독수리보다 작은 회색 등과 황백색 배를 가진 새로 작은 새를 잡아먹는데 사냥용으로 사육되기도 한다. 해안이나 섬의 절벽에서 서식한다.
보라매는 매의 한 종류로 5월에 부화해 어미 매로부터 사냥질을 배운 뒤 겨울을 나려고 연안으로 나왔다가 붙잡혀 길들여진 매를 말한다고 한다. 아직 새끼로 털갈이를 하지 않아서 보랏빛을 띠기에 ‘보라매’라고 한다. 보랏빛은 남색과 자주색이 합쳐진 빛깔이라 경우에는 청색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청매’라 부르기도 한다. 새타령에 나오는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의 해동청(海東靑)은 한국의 청매(보라매)라고 한다,
표선리 바닷가에서 매오롬을 보면 매의 머리와 오른쪽 날개가 매오롬이라면 그 왼쪽 날개가 도청오롬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도청오롬은 곳자왈 낮은 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두 오롬의 모습을 하나의 모양으로 그려본다면 그 모습은 한쪽 날개를 올리고 한쪽 날개는 낮추어서 날아가는 해동청 보라매가 날아가는 모양을 닮았다.
매오롬의 오른쪽 높은 날개 쪽에는 소나무·삼나무·편백나무가 자리 잡았는데, 중간지대에는 구럼비·동백·후박나무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래쪽 낮은 날개 쪽에는 천선과 허연 줄기와 대나무들이 쭉쭉 가지를 펼쳤다. 또한 후박나무·구럼비나무 사이 동백나무는 붉은 꽃을 피우는데, 키 작은 천냥금·자금우 붉은 열매가 꽃보다 곱다.
제주오롬은 어느 계절에도 좋지만 도청오롬은 겨울에 탐방하는 게 좋을 것이다. 도청오롬은 푸른색 나무와 붉은 열매들, 그리고 허연 천선과 가지들이 어울려 청·홍·백색(靑紅白色)이 어우러졌다. 도청오롬이야 말로 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고운 오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