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 (로마서 13장 7절)
로마서 13장 1절은, 민주주의와 독재정치를 경험해온 한국 교회에서 가끔 논쟁 되었던 내용입니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에게서 난 것이므로,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이천여 년 전에 기록된 내용이 지금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믿음도, 사물을 깨닫는 이성(理性)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믿음과 성경 교훈에 대한 이해는 올바른 인생을 만드는 필수 도구입니다. 성경에 따른 적절한 판단의 삶으로 사회를 선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단언하여, 모든 권세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에게서 옵니다. 전제적 왕권뿐 아니라 악한 독재자의 권력도 주님이 허락하신 것입니다. 사탄은 주 하나님의 허락을 받아, 욥의 자녀, 재산, 건강 등에 커다란 해를 끼쳤습니다. 그런 사실을 보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사건과 현상의 어느 것이라도 하나님에게서 오지 않은 게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됩니다.”(롬13:2) 이것은 상하관계만 아니라 만물의 상호관계에서 이해될 문제입니다.
손가락이 가시에 찔리면 아프고 피가 납니다. 가시는 창조주에게서 받은 날카로운 찌름의 형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시나무를 칼로 쳐서 불에 던지면 가시의 형체도 찌르는 힘도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동물들도 먹이사슬과 힘의 균형 하에서 각기 활동하고 생존합니다. 인간사회의 권력 형성과 유지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위에 있는 권세에 따르라는 말은, 현실의 상황과 질서에 순응하며 살라는 교훈입니다. 그것은 자기 영혼을 버리라거나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것조차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예컨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였다고 합시다. 당선된 대통령이 나의 지지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통치 방식이 내 뜻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다수의 찬성으로 당선된 대표이므로 그를 인정해야 하고, 그가 제시한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야 그를 싫어해도 좋고 그의 요구를 무시해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과 행동이 국가 사회의 법에 저촉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이 말하는 ‘악한 일’이란 법에 저촉될 만한 행위를 뜻합니다. 그리고 ‘선을 행함’은, 법에 합당한 행위를 일컫습니다. 비록 독재 치하의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반대하는 자기 이념과 가능한 방법으로 독재 타도를 위해 노력하되, 현실을 수긍하며 생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부의 권세로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목숨을 버리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의 권세에 따르느냐 마느냐는 것은, 하나님의 계명에 따라 정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계명은 교훈과 양심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본문에서는 권세가 하나님의 일하는 선한 일꾼으로 표기되어, 오해를 일으킬 만합니다. 그리고 조세(租稅)가 하나님의 일꾼인 권세의 기본적인 업무로 소개되었습니다. 결국, 조세와 관세를 내고, 두려워할 자와 존경할 자를 두려움과 존경으로 대하라는 것으로, 모든 권위를 서로 존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여기서 조세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기본적인 세금이고, 관세는 생활에 부과되는 온갖 세금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국민으로서 또한 사회인으로서 져야 할 의무의 부담입니다. 싫으나 좋으나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 두려움과 존경은 각각 필수입니다. 존경하지 않아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이 있고, 두려움 없이 존경할 사람도 있습니다.
이 교훈은 위선과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하나님 경외 가운데 양심을 좇아 살되, 국가와 사회의 현실을 인정하라는 뜻입니다. 자기의 의무와 역할을 다하면서 세상의 질서를 세우라는 교훈입니다. 내 마음에 싫더라도 다수의 결정을 따르는 게 정당합니다. 불평함으로 남을 선동하는 것은, 민주 국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줄 것은, 주면서 자기 길을 가는 게 옳습니다.
(2022년 2월 27일,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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