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주의 디카시 오롬스토리

몽골어로 ‘산맥’·‘아름답다’ 뜻을 가진 노꼬메족은오롬

쿠노Koonoh 2022. 11. 20. 15:20
뉴제주일보 승인 2022.11.17 19:00
산맥(노로нуруу)이 아름답게(고이гоё) 한라로 나가는 족은노꼬메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내는 노꼬메오롬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나가는 한라산 제1횡단도로로 나가는 관음사에서 우회전해서 산록북로를 따라가다 보면, 궷물오롬>노꼬메족은오롬>노꼬메큰오롬을 지나게 된다. 계속 이 길을 따라가면 바리메 입구를 지나서 제주~중문>서귀포로 나가는 평화로에 이르는 길이다.

노꼬메족은오롬은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번지에 소재하는 곳자왈 중에 있다. 북서쪽 아래서부터 보면 동남쪽에서 한라산을 향해 올라간다. 남서쪽으로는 바리메, 동쪽으로는 산세미가 보이나 정상 서쪽으로는 노꼬메큰오롬에 막혀 그 이상 더 보이지 않는다. 족은노꼬메는 해발 774.4m, 비고 124m, 둘레 3112m, 면적 60만1440㎡로 북서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다.

2만6000년 전, 제주 화산이 활동 시 생긴 족은노꼬메는 ‘아아 용암aa lava’이 분출로 만들어졌다. 아아 용암은 현무용암의 한 종류로 점성이 높고 유동성이 낮은 용암이라고 한다. 용암 중심부는 치밀한 용암류로 표면이 거친 클링커층이 나타난다. 아아용암 분출의 근본은 애월 곶자왈지대를 이루는 조면현무암으로 제주 곳자왈 지대 등에서 이뤄진 게 특징이라 한다.

‘노꼬메’란 명칭은 아직껏 그 뜻을 밝히지 못했다. 네이버사전에서 ‘산맥’이란 ‘산봉우리가 선상· 대상으로 길게 연속된 지형, 산지들이 연이어 있는 지형(산맥)이다.’ 몽골어에서 노로~нуруу는 산맥의 뜻이다. 제주에서 ‘노루, 노리, 녹(鹿)lù루’는 산맥을 일컫는다. 실제로 노꼬메는 ‘한라산에 연달아서 거문덕이오롬(북)·알오롬(동)·애월곳자왈·궷물오롬·족은노꼬메·큰노꼬메(남동)들이 노로오롬·족은노로오롬·삼형제오롬·이스렁·어스렁오롬·한라산으로 이어진다.

노꼬메의 ‘꼬’는 몽골어 ‘고이гоё’에서 온 걸로 보인다. ‘고이гоё’는 ‘좋다·멋있다·아름답다·풍성하다’는 뜻의 동성모음이다. 예로 모고이(뱀)·톨고이(고개) 등이다. 몽골어로 ‘노로~고нуруугоё’인데 중국어로 음차하면 루꼬lùgāo(鹿高)·루꾸lùgǔ(鹿古)·루꺼우lùgǒu(鹿狗)로 몽골어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노꼬메는 몽골어로 ‘한라산맥으로 나가는 아름다운 오롬’이다.

한라산을 향해 올라가는 산맥의 오롬 군락들.

‘노꼬메’의 ‘메’는 한국어 ‘뫼’로 ‘노꼬메오롬’이란 역전(驛前)앞(한자어+한국어)·계란(鷄卵)지단(한국어+한어)·빵떡(포르투칼어+한국어)·모찌떡(일본어+한국어)·라인선(영어+한국어)·빙떡(한어+제주어)’처럼 ‘메’가 오롬인데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언어적 사대주의 영향이다.

노꼬메족은오롬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궷물오롬이다. 궷물오롬에서 보는 노꼬메큰오롬은 피라밋처럼 오똑하고, 노꼬메족은오롬은 여인의 가슴이나 히프같은 그 모습에서 제주오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꼭 같은 모습은 표선면 가시리의 큰록산(대록산)과 족은록산(소록산)의 모양도 이와 꼭 닮았다.

노꼬메족은오롬 탐방은 ①노꼬메족은오롬 주차장에서 바로 오르거나 ②궷물오롬 주차장을 거치거나 ③노꼬메큰오롬 주차장을 거쳐서 오를 수도 있다. 궷물·노꼬메큰오롬·노꼬메족은오롬을 따로따로 오를 수도 있고, 한 번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노꼬메큰오롬이나 족은오롬을 오르기 전에 꼭 궷물오롬에서 노꼬메의 아름다운 외형을 살펴보고 탐방하기를 추천한다.

궷물오롬에서 족은노꼬메를 오르는 곳에는 표지판들이 여러 개 설치돼 있어서 어렵지 않다. 조금 더 가면 상잣성 돌담을 만나게 된다. 애월읍은 제주의 10개 목마장 중에 제4소장이며 ①상잣성은 한라산으로 나가는 제일 위에 있는 목장경계이며 ②마을에서 제일 위쪽에는 하잣성이 있고 ③하잣정과 상잣성 사이에는 중잣성으로 족은노꼬메는 바로 이 경계에 있다.

궷물오롬에서 족은노꼬메를 오르는 곳에는 이미 추수를 끝낸 목초밭에 다시 파랗게 돋아나는 목초들이 “지금이 봄인가?” 착각하게 한다. 그 푸른 목초밭 너머로는 큰노꼬메로 나가는 숲길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상잣성 돌담길이다. 지난봄, 푸른 돌담 잣성 길을 따라 쌓인 낙엽 아래서 피어오르는 노루귀·바람꽃·복수초들이 마른 풀과 낙엽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낙엽이 지면 눈이 쌓이고 다시 오는 봄은 전설처럼 봄꽃을 피워 낼 것이다.

노꼬메족은오롬 서쪽 정상에서 바라본 노꼬메큰오롬.

쭉쭉 뻗은 해송 숲을 지나면 넓은 길은 좁아지며 고로쇠·산딸나무·서어나무와 이미 잎을 떨군 윤낭(때죽나무)은 앙상한데 가끔 단풍·고로쇠·산목련 등이 붉게 타오른다. 바닥으로는 흙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산죽나무가 가득하다. 중간층으로는 꽝꽝나무·꽤꽝나무들이 보이는데 아직 잎을 떨구지 않는 작살나무 푸른 잎 사이에 보랏빛 열매와 가막살나무의 빨간열매가 곱다. 가끔 푸른 나무가 보여 구상나무거나 노가리나무인가 해서 가까이 살펴보니 비자나무였다.

노꼬메족은오롬을 중간쯤 오르면 다소 가파른 비탈을 오른다. 비탈 오른쪽으로는 깊게 파인 굼부리가 보인다. 그 굼부리 속에도 대부분의 수종은 산등성이와 같은 나무들이다.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동쪽으로 열린 봉우리를 보게 된다. 누군가 의자를 같다 두어서 잠시 쉬었다 갈만하다. 10월이 지났는데도 질푸른 숲은 노꼬메에서부터 한라산까지 이어진다.

동쪽 봉우리에서 둘레길을 걸어서 서쪽 봉우리를 향해 가노라면 계속해 오른쪽으로 굼부리를 바라보며 걷게 된다. 아쉬운 것은 굼부리로 내려가는 코스가 따로 없고 그 속을 볼 수도 없으니 아쉬워 드론으로 그 속을 사진 찍어보고 싶다.

앞서 궷물오롬에서 노꼬메 두 오롬을 먼저 관망해보라고 추천했다. 궷물오롬에서 노꼬메족은오롬을 바라보면 여체의 바스트나 히프를 닮았다고 한 것은 노꼬메족은오롬에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아름다운 오롬은 11월에도 푸른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