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마태복음 20장 27절)
지금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입니다. 온 세계가 경쟁하는 상황이거니와, 특히 한국 사람은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독교회조차 일반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서 경쟁 가운데 존속합니다. 경쟁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어떤 목적과 태도로 경쟁하느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는 일찍이 예수님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류의 시초부터 분쟁을 일으킨 원인이 욕심이었음을 회고하게 됩니다. 가인의 살인은 동생에 대한 시기와 미움 때문이었고, 욕심의 발로였습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적극적 사고방식에는 문제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게 나쁠 리 없지만,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맹목적 적극성이라면 도리어 자만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만은 소극적인 삶보다도 못합니다. 소극적 태도는 조심성을 동반하지만, 자만은 제어하지 못하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적극적 思考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가르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세배대의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물으셨습니다. “주의 나라에서 주님의 좌우편에 두 아들을 앉도록 해달라”고 그녀가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구나,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그들은 대답하였습니다. 야고보와 요한과 그들의 모친은 무지하고도 어리석었습니다.
영적으로 무지한 사람은 어리석음과 욕심에 기울어지기 마련입니다. 기독교회의 일원이 되었어도 영적으로 아직 무지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가 되었어도, 영적으로 미숙한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게 인기를 누리는 일인 줄로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되어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의식이 보편적인 듯합니다. 과연 내가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그렇다’고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무거울 때가 그동안 허다했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믿음의 길은, 예수가 받으신 잔을 좇아서 함께 마시는 고난의 길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아무런 죄가 없었음에도 그는 미움과 조롱과 고통을 받으셨습니다. 내가 예수를 믿는 것은, 그가 당하신 모든 것을 따라야 하는 삶입니다. 사람들이 한때 나를 주목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해서, 모든 게 성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복음과 목회에는 고난과 인내의 과정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고난을 겪었다고 해서 바라던 영광이 그 대가로 현실에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점을 분명히 언급하셨습니다. 주님의 좌우편에 앉는 것은 아버지께서 예비하신 자가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야고보와 요한은 실망했을 테고, 다른 열 제자는 두 형제에 대하여 분하게 여겼습니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욕심 때문에 모두 시기와 분노에 빠졌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방인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너희는 서로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오히려 종이 되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과연 어떠합니까? 남보다 으뜸이 되려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남들의 종이 되려는 의식은 없지 않습니까?
어려서는 목회자가 되는 길이 영예롭고 즐겁기만 한 줄로 여겼습니다. 피상적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했으나, 그 고난을 내 삶의 실천으로 소화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목회자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남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합니다. 그게 으뜸이 될 수 있는, 참 방법입니다.
(2021년 9월 19일, 예수제자원 예수제자교회 Koonoh쿠노 오호택 세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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